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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Jul 05. 2016

도리를 찾아 떠나는 바닷속 여행  

보홀의 추억 vol.32



첫 다이빙을 할 때

가장 보고 싶었던 건 바로 니모였다.

다이버에게 납치당한 니모(학명 : 퍼큘러 크라운)를 찾아 떠나는 멀린의 여정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지만 영화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보았던 작고 예쁜 물고기의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니모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얼굴도 모른채 수년간 편지를 주고 받은 펜팔 친구를 실제로 만나는 것 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설렜다.


가히 납치하고 싶을 만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물고기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납치한 사람처럼 나도 한 명의 다이버였지만 그와는 다른 다이버이기에, 그저 바라만 보았다.


니모를 찾아서. 2003
첫 다이빙에서 만난 니모. 괌. 2011


첫 번째 만남 이후

니모는 다이빙 때마다 만나는 절친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보고 싶은 바닷속 생물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점점 더 많아졌다. 거북이, 만타, 고래, 상어, 고래상어 등.


그리고 지금 영화관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건 바로 도리(학명 : 블루탱)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인 '도리를 찾아서'의 주인공 도리는 건망증이 심한 물고기로, 전편에서 멀린과 늘 함께하며 그 매력을 마구 발산했었는데 이번엔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왔다.



그럼 이번엔 도리를 만나러 가볼까.


보홀. 2016



입수 후 가장 먼저 들렀던 수심 약 35m 부근 난파선으로 가는 길에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걸 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난파선 반대쪽으로 휙 돌아가자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언제인지도 모를 아름답고 화려했던 시절의 빛은 이미 다 바랜지 오래. 푸른 세상속에서 생명력을 잃은 난파선은 예쁜 물고기들에 둘러쌓여 마치 화려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이제는 물고기들의 아파트가 되어버린 난파선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 깊은 곳으로 갈수록 붉은색부터 순서대로 사라지기 때문에 바다가 더 짙고 푸르게 보인다.





절벽 쪽으로 이동했다.

절벽은 다양한 종류의 산호를 비롯해 형형색색 작고 귀여운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깊은 바다보다 더 선호하는 곳이다.


절벽을 타고 돌다가 깊은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조류를 타고 이동 중인 물고기 떼가 눈길을 끌었다. 물고기들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물속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에 문득 나도 따라 같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다시 절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말미잘 사이로 얼굴을 내민 바닷속 절친 니모가 인사를 건넸다. 이쯤 되면 니모는 다이빙 버디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 까.


가까이서 보니 멀리 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니모 두세 마리가 말미잘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니모 뒤쪽 말미잘 사이사이로는 작고 투명한 새우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사이좋게 놀고 있는 니모와 멀린을 보고

도리는 어디 있을 까 하고 자연 스레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좀 더 얕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는 데 자기를 찾고 있는 걸 알았는지 눈앞에 도리가 나타났다.


노란색 꼬리를 흔들며 요리조리 헤엄치는 모습이 정말 영화 속 도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도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도리는 멀린에게 말한다.


사는게 힘들면 어떻게 하는지 알아?
그냥 계속 헤엄쳐!

<니모를 찾아서> 도리

자신의 말처럼 도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냥 계속 나아간다.





'처한 상황이나 조건 때문에' 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냥 계속 헤엄쳐'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말이 피식-하고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힘이 되었던 도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아름다웠던 보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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