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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e Mar 28. 2017

아프리카의  로맨틱한 펭귄들

남아공의 추억 vol.39


아프리카의 로맨틱한 펭귄들



'아프리카'와 '펭귄'만큼

안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까? 마치 '남극'과 '코끼리'처럼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는 사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꽤나 평범한 조합이다.


말 그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엔 펭귄이 산다. 그것도 꽤 많이.

 

Boulders Beach. Cape Town. South Afica.


펭귄은 보통 극지방에서 서식하는 동물이라고 알고 지만 이렇게 따뜻한 곳에 사는 펭귄들도 있다. 남아공 서쪽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에 바로 이 펭귄들이 살고 있다.



볼더스 비치에 도착하자마자

고독한 펭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귀여운 겉모습과는 다르게 고독한 모습으로 푸른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보고 서 있었다.


새 하얀 눈 밭이 아닌 모래 위, 푸릇푸릇하게 돋아난 풀들과 나무를 배경으로 서 있는 펭귄의 모습이 낯설기만 한 이곳 볼더스 비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 아니라 바로 자연 그대로 살고 있는 야생 펭귄들의 서식지다. 오로지 이 펭귄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해 펭귄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펭귄들이 말 그대로 '야생' 펭귄들 이기 때문에 이 근처에서 해수욕을 하다 보면 종종 펭귄들과 함께 수영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도 있다.

 


경사진 언덕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녀석.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기만 하다.



뒤뚱뒤뚱 귀엽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푹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추운 남극에서 매서운 눈보라를 맞으며 살아가는 펭귄들의 모습만 사진으로 보던 나는 이렇게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 펭귄의 모습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인형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따뜻한 지역에 사는 펭귄들 생각보다 꽤 많다고 한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봐온 펭귄들이 추운 지역에 사는 펭귄들이 었던 것뿐.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덤불 사이에 펭귄들이 한 마리씩 자리를 잡고 서 있다. 모두 다 같은 펭귄 같아 보이지만 다 다른 펭귄들이다.



남아공에서 펭귄들을 보기 전

예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선가 펭귄은 일부일처제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사는 동안 한 명의 상대와만 짝을 맺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귀여운 녀석들이 의리도 있네'라고 생각했었는 데 바로 이곳 남아공에서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볼더스 비치엔

정말 펭귄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자세히 보면 이 녀석들 대부분이 을 이루고 있다. 서로의 털을 골라주며 애정표현을 하기도 하고 근처 바닷가나 풀숲으로 함께 산책을 다니기도 한다.



둘이 어찌나 애틋하고 다정한지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마리가 먹이를 먹고 오면, 다시 교대로 한 마리가 알을 품고 나머지는 먹이를 먹으러 가 형태로 공동육아를 한다고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짝꿍이 계속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보기엔 암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는 데 주로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크다고 하니, 이 사진 속에서는 오른쪽에 알을 품고 있는 녀석이 수컷이었던 것 같다.  




함께 얼굴을 기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를 어루만져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알을 품고 있지 않은 펭귄들 중에는 둘둘 짝을 지어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펭귄들끼리는 각자의 무늬와 소리로 서로를 다 구별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알을 품고 있는 펭귄들이 많이 보였다. 모래사장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알을 품고 있는 형태다. 암수 한쌍이 함께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사냥을 하러 간 다른 짝꿍을 기다리며 홀로 알을 품고 있는 펭귄들도 있었는 데 바로 그들 사이로 보송보송한 털로 둘러싸인 귀여운 아기 펭귄들이 보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펭귄들은 멀리서 한눈에 딱 구별이 될 만큼 뽀송뽀송한 솜털을 뽐내고 있었다. 다 큰 펭귄들이 윤기 나는 털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아기 펭귄들은 아직 털이 보들보들하다. 이 털들이 다 빠지고 나면 드디어 윤기 나는 털을 갖게 되는데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물속으로 직접 수영을 하러 갈 수 있다.


둘이 서로 기대어 서서 엄마, 아빠 펭귄을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둘둘 모여있는 펭귄들 사이에 외로운 솔로 펭귄들도 눈에 띈다. 솔로가 아니라면 바다로 나간 짝꿍을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바위에 올라선 펭귄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펭귄들이 보였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헤엄치는 귀여운 펭귄들, 삼삼오오 모여서 수영도 하고 사냥도 하고,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면 다시 뭍으로 나와 짝꿍을 찾아간다.



함께 수영하던 세 친구는 동시에 해안가로 오더니 발을 맞춰 뒤뚱뒤뚱 물속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펭귄들의 귀여운 모습에 푹 빠져있다가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 데 한 마리의 펭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프리카의 따뜻한 햇살로 데워진 모래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쏟아지는 태양 아래 살포시 눈을 감고 낮잠을 즐기는 펭귄의 모습이 마치 세상을 다 가진냥 부럽기만 하다.



때로는 혼자 바위를 넘으며

모험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어딘가에 있을 짝을 찾아 헤매기도 하는 이 펭귄들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고 평온해 보였는 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펭귄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펭귄들을 뒤로하고 돌아 나오는 길,

나무 덤불 사이 숲 속을 홀로 걷고 있는 한 마리 펭귄을 보았다. 수많은 커플들을 뒤로 한채 홀로 숲 속을 거니는 펭귄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처음 짝을 맺은 한 마리의 펭귄과 평생을 함께한다는 펭귄의 모습이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삶조차 로맨틱하게 느껴질 만큼 지금 우리의 삶이 로맨틱함을 잃은 탓일까?

남아공에서 만난 로맨틱한 펭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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