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이야기를 하나 끝내었다. 소설을 하나 썼다. 아마 중편 정도 되는 분량인 것 같다. 이야기는 삶의 전환점이 될지 마침표가 될지 모를 혼란의 시간 속에서 탄생했다. 때문에 이야기는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첫 문단이 끝 문단으로, 주연이 조연으로 마구 뒤섞이는 과정을 겪고야 말았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도 퇴고가 거의 끝난 후 정했다. 두 달 반 내내 그 또는 그녀였던 인물들에게 급작스럽게 이름을 부여하니 저들끼리 자못 당황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들을 움직이는 앞뒷 문장들을 아주 조금씩 바꾸어 주기도 했다. 그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 보였다.
짐작했을 테지만 나는 내가 태어난 날부터 시작해 2022년 늦여름까지는 소설을 써본 경험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최근 혼란 속에 살았다. 내 육체는 도심 속 흔한 청년으로 살아갔지만 정신은 그러지 못했다. 혼란의 안개는 나를 뒤덮은 후 입구와 출구 전부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창작으로써 해방되었다는 반전은 없다.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나름 변호해보자면 그 ‘어느 정도’의 벗어남 따위에도 퍽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요하는 시기에 내 머리가 단지 생각해주었을 뿐이다. 무언가 매듭짓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것은 소설이 되어야 한다고. 운명의 그럴싸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는 않다. 나름 각오해가며 소설을 써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스스로도 조금 허탈하지만 단지 그것은 힘든 하루 끝 맥주를 찾듯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결말을 짓고 카카오 브런치에서 개최하는 응모전에 응모까지 해보았다. 책 출간이 기준이라면 나는 작가가 아니다. 이야기를 글로 쓰는-혹은 써본- 것이 기준이라면 나는 이제 작가이다-혹은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