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그룹[tam]
건축그룹[tam] 이준호 건축가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이 된 건축사무소
2년 전까지 성북동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어주었던 어느 카페가 문을 닫았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성북동으로 흘러들어온 이준호 건축가는 마침 자리가 난 이 카페를 그의 첫 사무실 자리로 낙점하였다. 그리고 동네 어르신과 마을공동체를 위해 그의 건축사무소를 기꺼이 개방하였다.
성북초등학교 후문 사거리 골목.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유독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동네 아이들의 통행이 잦은 그곳에 건축가 이준호의 독립사무실. 건축그룹tam이 있다.
과거 카페로 사용되었던 10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에는 여전히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르신들에게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할 수 있는 주방과 이제는 금전출납기 대신 마을소식지가 놓인 카운터, 그리고 손님용 테이블까지. 정작 이준호 건축가는 사무실 가장 구석에 본인을 위한 작은 업무공간을 두었다. 카운터 한켠에 놓인 건축모형들이 아니라면 여기가 건축사무실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하기 힘들다.
“마을공동체는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오고가며,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죠. 과거 카페였던 이곳도 당시 주인이 성북동에서 작은 사업을 하던 분이라 이미 이곳에서 동네활동 단위들이 공유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었어요. 비록 카페에서 건축사무소로 용도가 바뀌긴 했지만 기존에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이 공간이 담당했던 역할을 이어가고 싶었죠.”
이준호 건축가의 말이다. 사실 건축이 문화의 한 부분으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문화가 생성되는 건축사무소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있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 에이플래폼에서 주최했던 건축강연에서 한 참가자는 마치 건축가 사무소가 변호사 사무소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부담된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1층에 사무실을 두고 마치 카페나 쇼룸과 같이 꾸미는 건축사무소가 많아지는 요즘 건축그룹tam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마을건축가로서 그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복덕방 같은 사무실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1층에 사무실을 두고 문을 열어둔다고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오진 않거든요. 때문에 이곳을 성북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모임과 단체들에게 오픈을 했어요. 다행히 원래 카페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라 제가 손댈 것도 별로 없었죠. 덕분에 많은 예술가와 단체들이 이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달력상에서 서로 일정만 맞추면 누구든 자유롭게 회의도 하고 모임을 가질 수도 있어요.”
인터뷰 도중 문득 흰색의 타공판으로 덮인 벽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사진이나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미니 갤러리입니다. 평소에는 건축패널을 붙여놓거나 건축주 미팅 때 PT보드가 되었다가 전시신청이 들어오면 작은 갤러리로 변하죠. 특히 마을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면 벽에 빔프로젝터를 비춰서 작은 영화관이 되기도 해요.”
이쯤 되니 이 공간의 정체성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리 복덕방 같은 사무소를 표방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본업인 건축과의 시너지이다. 이 많은 사람과 활동들이 어떻게 건축으로 담기는지 궁금했다.
“건축이란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오는 분야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흔한 매스모델 하나에도 굉장히 재미있어 해요. 결국 눈앞에서 가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중요했던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세요. 이렇게 조금씩 건축가로서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동네 속으로 스며들어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모두 제 고객인 셈이죠. 매일 건축주를 만나고 있습니다.”
건축가 이준호는 대학졸업 후 공동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유아이에이 건축사사무소와 에이플래폼 파트너이기도한 스튜디오이일공오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2014년 개소를 했다.
“2011년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건축계 화두로 떠오를 무렵, 다니던 사무소에 박사과정으로 있던 회사선배와 함께 잠시 공동체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사업을 했어요. 그런데 1년 좀 안 되는 기간을 운영하다보니 어느 순간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하나의 사업으로 용역화되면서 업자들이 이상한 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특히 마을만들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반해 용역비는 적게 들어서 회사운영 면에서도 좋은 사업모델은 아니거든요. 결국 회사를 나와 제대로 된 마을공동체를 실현하고자 여리저기 찾던 중 우연히 인연이 닿아 성북동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건축그룹tam이 자리 잡은 이곳 역시 성북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조합이 결성되고 재개발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그러나 사업성이 부족하고 주민 반대가 상당하여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여전히 재개발은 진행되지 못하나, 주민들의 조합해산동의율 또한 50%에 도달하지 않아 여전히 조합이 존재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묵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이준호 건축가는 이런 곳이야말로 동네복덕방과 같은 작은 커뮤니티 공간이 마을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핵심요소라 생각했고, 결국 본인의 건축사무소를 동네복덕방으로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건축과 공동체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에요. 마을의 갈등이 치유되고, 부분별한 개발을 막으려면 마을 안에서 건축가와 주민들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인식도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성북동천
성북동천은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연대모임으로, 마을공동체 형성과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이웃 간의 관계형성을 통해 지역 공동체성을 증진시키고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성북동천에서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담은 마을잡지를 발행하고, 젊은 건축가와 함께하는 건축교실을 열거나, 시인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지역 주민 간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https://www.facebook.com/seongbukdong.town
‘1억8천만원이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건축주는 첫 미팅에서부터 예산의 마지노선을 이렇게 정해두었다. 이 비용으로 60평 땅 위에 방3개와 안방, 옷방이 딸린 집을 지어야했다.
“그런데 추가로 1층엔 임대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이게 가능한가 싶었죠.”
빠듯했던 공사비. 그러다 건축주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거실에 TV 대신 아이들을 위한 책장이 놓여있던 것이다. 건축가는 그 즉시 거실이 없는 집을 제안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힘을 한군데만 주자고 생각했죠. 좁은 면적에서 건축주가 요구한 방5개와 거실, 주방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계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그래서 거실과 책장, 계단을 아예 합쳐 계단식 거실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어요. 건축주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부분입니다.”
이렇게 수원주택의 중심공간인 계단 겸 책장 겸 거실공간이 탄생했다. 비록 방이 5개에서 4개로 줄고, 공사비가 조금 더 증가했지만, 1층의 독립된 임대공간을 포함하여 건축주 다섯 식구를 위한 행복한 집이 만들어졌다.
건축그룹[tam]
대표 이준호
대표전화 070-8871-5998
이메일 jhlee@grouptam.com
홈페이지 : www.groupt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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