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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플래폼 Jul 09. 2019

대한민국 건축가 이야기 (2)

대한민국 건축을 말하다 vol. 2


정보의 불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오늘날.
건축사무소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는 것은 건축계가 직면한 문제와 그 변화의 방향을 인지함에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 변해가는 시대에 건축사무소의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대한민국에 보다 나은 건축문화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에이플래폼은 지난 3년 전국의 400여 건축사무소를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건축가와 건축학도(젊은 건축인), 그리고 건축가와 건축가 사이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상호 오해가 쌓여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에이플래폼과 함께 하는 건축가와 이제 막 사무소 오픈을 준비하며 에이플래폼을 찾는 건축가들 중 상당수는 건축주를 만나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에 다른 건축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특히 학연이나 지연 혹은 근무했던 회사 등을 통해서도 충분한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분들은 사무소 설립과 경영에 필요한 조언과 네트워킹, 고민상담과 정보교류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에이플래폼이 만들어가는 건축가 네트워크에서도 수십 개의 개별 건축가 모임이 존재하며, 각 모임에서 나누는 고민의 주제와 참여대상 또한 상이합니다. 문화를 고민하는 건축가가 있는 반면에 당장 내일을 고민하는 건축가도 있으며, 이미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건축가가 있는 반면에 외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에이플래폼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안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정보를 나누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던 경험들을 되짚어 보았을 때, 대부분의 문제는 건축가들 사이 네트워킹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묶여 있던 건축 네트워크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사람들과 나누고, 보다 나은 건축 생태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시도로서 신사동 가로수길에 국내 최초로 '건축네트워킹센터'이자 '건축코워킹센터'인 <에이라운지>를 오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플래폼에는 '건축가의 평균'을 물어보는 많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무소를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혹은 설계수가와 수주전략, 브랜딩과 직원 채용 혹은 경영 등 여러 사항들에 대한 문의가 있지만 대다수의 질문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우리는 그동안 서로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정보들. 그래서 오로지 경험으로 판단해왔던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대한민국 건축계가 직면한 문제와 그 변화의 방향을 인지하고, 오늘날 건축가 사이 상호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2019년.

대한민국에 보다 나은 건축문화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설문 참여 건축가: 126명 (중복 제외)




건축가분들과 미팅을 진행하며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무소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수주하나요?'입니다. 이에 진행한 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인을 통한 프로젝트 수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인의 범위는 작게는 가족과 친구부터 넓게는 시공사와 친구의 친구 등까지 걸쳐집니다. 


지인소개 다음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도움이 되는 매체가 바로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개인 온라인 미디어'입니다. 과거와 달리 건축주와의 접점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건축 포트폴리오가 있는 홈페이지가 역시 사무소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 설문조사 결과에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사무소 홈페이지와 블로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또는 Daum과 Naver 또는 pc접속이냐 모바일 접속이냐 등에 따라 사용자층과 이에 따른 관심 및 요구가 다른 만큼 개인 미디어 트래픽 분석에 따른 맞춤 전략이 사무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중개사이트를 통한 업무 수주가 4%에 그친다는 점인데 이는 많은 중개업체에서 강조하는 저렴한 중개비와 효율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결국 건축은 관계 맺기이며, 건축의 과정은 참여자 간의 상호 신뢰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오랜 시간이 들더라도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직접 상담도 하며 나와 맞는 건축가를 찾는 것이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닐까요.




위의 설문조사에서 2번째로 많았던 개인 온라인 미디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분될까요? 역시 사무소 개인 홈페이지가 많은 가운데 상당수의 사무소가 네이버 블로그를 사무소 홈페이지처럼 사용하거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에이플래폼 파트너 건축가 중 상당수는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공사 과정을 기록하고, 완공 사진과 정리된 글은 홈페이지에 올리며 매체별 사용방법을 구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이탈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건축가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의 경우 네트워킹 기반 매체인 만큼 건축가들이 건축 작품을 포스팅하더라도 도달률이 낮거나 대부분 건축가들 사이에서 정보가 돌기 때문에 업무 수주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많은 건축가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이플래폼 파트너 건축가를 살펴보더라도 최근 오픈한 신생 건축사사무소 중 상당수는 페이스북 계정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무 수주를 한 건축가 또한 여럿 있습니다.




에이플래폼에서는 지난 18년부터 강남 가로수길에 건축가를 위한 건축코워킹센터 <에이라운지>를 오픈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사무소를 정할까요?


가장 많은 답변은 교통(접근성)입니다. 여기에는 대표와 직원의 출퇴근 거리는 물론 건축주의 접근성 또한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이플래폼이 제작 중인 <건축지도>를 살펴보면 특정지역에 건축가들이 몰려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사무소 위치 선정에 중요한 요소인데 일부 건축가들은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2~4개 사무소가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접근성은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참고 → 건축지도 (a-map.co.kr)




앞선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4인의 소규모 사무소가 많고 이로 인해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축계에서 그렇다면 직원 구인 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에이플래폼이 2회에 걸쳐 진행했던 건축 멘토링 행사에서 많은 구직자들이 포트폴리오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열정과 성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사무소가 많았습니다. 본 질문은 신입직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입의 경우 현재의 위치보다는 발전 가능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일전의 설문조사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직이 잦아지고 경력자를 찾기가 어려운 최근의 현실에서 많은 사무소가 오랜 기간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는 듯합니다.




최근 건축사 자격시험 기준인 근속 3년을 채우고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사무소가 3~4년 사이의 경력자를 가장 시급하게 찾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1~2년 차의 경우 많은 사무소가 신입과 연차나 복지 등에서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향후 공개할 연차별 연봉 테이블과 맞물려 오랜 기간 숙달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건축이라는 창조작업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 구인 경로는 어떻게 될까요?


구인구직 사이트가 가장 많은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수의 건축가가 지인소개나 추천을 통해 직원을 충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는 SNS나 개인 미디어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고 지인 건축가들이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것까지 포함하기에 어떤 특정한 방법이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





많은 학생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툴(tool)과 프로그램. 그렇다면 건축사사무소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설계를 할까요?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스케치업보다는 라이노3D MAX 등 비정형 설계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학생들과 달리, 대부분의 건축가는 설계과정에서 스케치업을 주로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이며 손쉬운 매핑을 통해 재질감까지 확인할 수 있는 스케치업은 설계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PT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신입직원들이 졸업 후 다시 스케치업을 공부하거나 아예 사무소에서 직원 프로그램 교육을 문의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축사사무소는 정말 야근을 많이 할까?


최근 강화된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사무소마다 편차가 있지만 분명한 점은 과거보다는 야근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필요한 야근은 지양하고 주말출근은 아예 하지 않는 사무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무소 소장 건축가분들은 24시간, 365일 근무를 한다는 슬픈 소식...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서 건강한 건축이 나오듯 작금의 어려운 건축계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 모든 직원과 대표 건축가들이 워라벨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3편에서 계속_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축가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건강한 건축문화를 꿈꿉니다.

ⓒ에이플래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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