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면 졸업전시로 학교는 분주해진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비교적 늦은 3월에 졸업전시가 있었다.
졸전은 어느 나라 미대도 똑같이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졸업하고 오랜만에 모교의 졸업전시를 다녀왔다. 학생이었을 때와 졸업생의 신분으로 학교를 가는 것이 이렇게나 다를 줄은 졸업을 하고 나서 알았다. 매일 자전거 타고 등교했던 길을 오랜만에 가려니 가는 길 걸음걸음 멈춰서 지난 나날들을 회상하게 되었다.
졸업전시는 전 학과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모든 전시를 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오전부터 바삐 집을 나선 덕분에 캠퍼스를 전부 도는 것에는 성공했다. 어느 작품도 학생들의 고민이 녹아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도 작품을 전시하고 나서 보이는 부족함에 나 또한 학생 시절에 졸업전시에 후회와 미련이 남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학생일 당시에는 다른 동기의 작품과 내 작품을 비교하며 좌절한 적도 많았다. 작품을 구상하고 전시방법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그대로 드러나 누가 잘했건 못했건 우열을 가르기보다는 그저 졸전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매년 미술대학들은 많은 미대생들을 사회에 내보낸다. 졸업 후 그 많던 미대생들은 무얼 하고 살고 있나
이 의문은 취준 기간이 돼서 더더욱 궁금해지게 되고 졸업하고 난 후 지금은 아직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나 역시 미대로 유학을 와서 졸업을 했지만, 미술로 먹고사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로 취업을 하였다.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과연 졸업하고 나서 미술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입학할 때와는 반대로 졸업할 때가 되니 현실적으로 먹고 살 문제를 마주하고, 비자 문제를 마주하여 나 자신과 타협해야 할 때가 온다. 그러나 타협을 했다고 너무 나 자신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꿈을 잃지 않는 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생각지도 못한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 우연함은 내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안테나를 세워야 알아차릴 수 있다.
학교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사회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미술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 되는지는 졸업하고 나서 깨닫게 된다. 또 학생 시절과 다르게 사회인이 되어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출근과 퇴근 같은 일상이 반복되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나에게는 예술이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틈틈이 가꾸고 발굴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미대생이었던 시절을 더듬어 블로그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택하였다.
일본에서 미대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시리즈도 여기서 일단락을 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