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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 designer Dec 23. 2020

12.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Inokuma Genichiro 《Faces 80》 1989年


나는 하루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 듯이 변한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나 미워서 하루 종일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울다 잠들 때도 있다. 이런 날은 대부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그러고 나면 또 배가 불러 기분이 나빠져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내가 나를 점점 싫어하고 원망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느껴질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 대부분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나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충실히 보낼 수 있을까?


일본에 와서 그리고 미대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인가 하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에 눈을 뜬 것이다.

생각보다 나는 더 독립적이고, 틀에 박힌 것들을 싫어했다. 나의 취향까지도 바뀌어, 이전에는 좋아했던 것들이 더 이상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고

예전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중에 새롭게 발견한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무엇이든지 경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나는 생각보다 즐겁다. 

물론 모든 경험들이 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나쁜 기억들은 금세 잊어버려, 어떻게 보면 좋은 기억이 남은 경험들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잡다한 경험이라도 해보자.

내가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이 곳에 와서 철저히 혼자였던 상태에서 무엇이든지 내가 부딪혀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말엔 피곤하더라도 억지로 밖으로 나가 좋아하는 공원을 산책한다던가, 분위기 좋은 카페를 우연히 발견한다던가, 새로 생긴 갤러리를 방문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나중에 나에게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거창한 경험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나를 잘 알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또 다른 이와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


계획 쟁이는 계획을 지키지 못한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완벽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언제나 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다이어리와 색색깔의 펜을 가지고 미래의 계획을 그려나가는 게 당시 나의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계획을 완벽히 세운다면 계획을 지킴으로써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계획처럼 되는 것은 없었고, 삶은 사소한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한다. 당시에 나는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갈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한 것이 시작이 되어 아직까지도 나는 한국을 떠나 있는지 도 모른다.

그렇다고 계획을 완전히 세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를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답은 자신 만이 알고 있다.


꿈이란 것은 직업이 아니다.

꿈을 갖고 있냐는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사로 대답한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것은 저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꿈은 결코 명사가 될 수 없다. 나 역시 최근에서야 이 말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명사가 아닌 동사로 대답하는 것은 처음 해보면 어렵다. 그러나, 명사로 대답하는 것은 그 역시 나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단정 짓고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은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〇〇가 되고 싶다. 보다 나는 〇〇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쪽이 좀 더 구체적이고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기분이 든다.

정말 막연히 나의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기보다 그저 명사형으로 〇〇가 되고 싶다고 되풀이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직업이 곧 꿈인 것은 얼마나 막연했던 것인지 깨닫는다.

혹은 명사형의 꿈을 진즉 이뤘다 하더라도 그 뒤의 꿈에 대해서까지 생각한다면,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꿈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래도 기록하기.

나를 가장 명료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기록하는 것이 제일이다. 나는 그동안 기록을 알게 모르게 게을리 해오던 탓에, 나의 생각들이 이리저리 들쭉날쭉 정리되지 않은 날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제라도 조금씩 기록을 해 나아감으로 써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또 미래의 나에게 징검다리를 놓아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무엇이 좋았고, 또 어떤 때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나를 소중히 여기며 하루를 돌이켜보자.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시 다음 하루를 위해 토닥여주자.

오늘 또 하루를 버텨줘서 고맙다고 토닥토닥 수고했어.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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