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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kyo designer Dec 14. 2020

11. 미대와 음대를 동시에? 미대생 음대에 가다.

Yasuhiro Ishimoto, Stepping Stones of the Katsura Palace, 1953-54, Gelatin silver print,  25.3 × 20.


미대와 음대는 어떻게 보면 닮아있기도, 또 전혀 다르기도 한 공간이다.

미술과 음악은 같은 예술로  인식되면서도 교육방법은 또 전혀 다른 아이러니 한 두 학문이다. 


나는 음악 선생님이셨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 시절에는 예고를 가고 음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미술보다 음악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그저 취미로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수준이었고, 언제나 악보를 보지 않고  제멋대로 피아노를 쳐서 혼나고 나보다 연주를 잘하는 아이들은 널리고 널렸다는 사실에 그저 나는 오래도록 즐기면서 치는 게 좋아 취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어쩌면 음악에 대한 갈망이 아직 조금 남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미대에 오게 되어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하던 중에 나는 단위 교환 제도(타 대학 간의 학점교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시 음대에 가고 싶다는 예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のだめ カンタービレ


이 모든 것은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인기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대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그린 만화 원작의 청춘 드라마이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일본 문화가 당시 여중생들에게 매우 인기였다. 아라시는 물론이거니, 일본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것도 이때 가장 인생에서 많이 일본 드라마를 보던 때였던 것 같다. 그중에서 친구가 추천해준 노다메 칸타빌레는 첫 화의 10분 정도 보고 처음엔 재미가 없어 보여서 그만두었는데, 그 후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만화적인 요소가 잔뜩 녹아있는 드라마는 익숙한 클래식 음악들과 함께 적절하게 재미있는 스토리와 주연배우들의 찰지고 코믹한 연기로 나는 단숨에 드라마는 물론,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버전까지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가 되었다. 내가 지금 일본에서 일본어로 말하고 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때 주야장천 본 일본 드라마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좋아했던 드라마였기 때문에 언젠가 일본에 가면 음대에 가보기가 당시 나의 위시리스트였다. 


그러므로 단위 교환제도에 신청하였다. 신청할 수 있는 대학은 한정적이지만 여러 전공이 있는 대학들이 많아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들어보고 싶은 수업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도 통학하기 부담 없으면서도 배우고 싶고 가보고 싶었던 음대 수업을 1년 간 듣기로 하였다!

수업은 화성학과 음악미학 그레고리오 성가 등등 매우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고작 1년 간이었지만, 나는 매주 음대에 가는 날이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기대되었고, 수업내용은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음대생들은 어떤 것을 배우고 또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던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미대와 음대의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 

먼저, 옷으로 미대생과 음대생을 구분할 수 있다.

미대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차림새는 작업복이 라던가, 패셔너블한 친구들도 있지만 대게 작품 하는 친구들은 상하의가 연결되어있는 작업복을 입으며 돌아다닌다. 작업하다 보면 옷을 망치기 십상이라 나도 작업복을 애용했었다. 언제는 강평 기간이 다가오던 시기에 정신없이 작업하다가 음대 수업 들으러 갔을 때 너무 후리 하게(?) 작업복 입고 간 적도 있어서 부끄러웠던 경험도 있다. 음대는 정말 다들 공주님 같은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입은 친구들이 많았고 남학생들도 대부분 셔츠에 바지, 정장까진 아니더라도 오케스트라 연습이나 리허설에 설 때처럼 정장을 입고 오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악기를 다루는 친구들은 연습을 무척 열심히 한다. 학교 내에 피아노 연습실은 물론, 각종 연습 방들이 있어서 그곳에서 모여서 연습을 한다던가 한다. 시험기간에는 연습실이 너무 붐벼 예약하기도 한다.  음대에 들어가면 항상 누군가 악기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다들 살벌하게 연습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도 다들 남아서 연습하거나 어딘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오케스트라 연합동아리에도 들어서 미대에서도 나름 악기를 연습한다고 생각했는데 음대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대에서도 동아리방에 피아노나 방음실이 있긴 하지만, 피아노는 거의 다 망가져 사망하기 일보직전에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음대 연습실이 조금 부러웠던 순간이었다. 


음대생은 음대생 전용 멘션에 산다.

이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음대 근처에는 음대생 전용 멘션이 따로 있다. 그곳은 방음을 최우선으로 하여 집에서도 다들 연습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실제로 음대에서 사귄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네 멘션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같은 학교 음대생들이었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보면 서로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밤 11시 이후 연주는 금지되어있다.

부동산 관리 회사 중에서도 음대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음대생 전용 부동산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의 보통 집은 목조 건물이 많아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집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음대생 전용 부동산으로 집을 찾아 악기 연습을 하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 


반면 미대생은 미대생 전용 멘션 따위 없다.

아뜰리에는 학교에 있기 때문에 다들 학교에서 작업하거나, 학교 근처 싼 방을 친구들끼리 구해서 공동작업실로 이용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그러나 대형 캔버스로 작품을 만드는 친구들은 작품을 학교에 보관할 수 없어 바퀴 달린 수레로 집까지 가져가거나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 특히 이케아 가방과 수레는 미대생의 애용품이다. 오히려 미대생이라고 부동산에서 싫어하는 경우도 보았다. 왜냐하면 집주인이 집에 물감이나어질럽혀져 있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작업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 대학과 다른 점이라면, 미대와 음대 모두 24시간 개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대는 늦어도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 밤새서 야작을 하는 한국 미대와 달리 일본은 10시 땡 하면 이제 하던 작업들을 멈추고 집에 가야 한다. 10시도 신청서를 낸 사람만 머물 수 있고 그 외엔 가차 없이 8시에 문을 닫는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로 8시에 문을 닫는다. 음대도 역시 8시까지 밖에 머물 수 없었다. 


도서관 아카이브실을 활용하기.

음대의 도서관은 책뿐만 아니라 음악 감상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시디와 연주 영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악기박물관도 있어서 나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음대에 가서 음악을 듣거나 박물관에서 희귀한 악기들을 보곤 했다. 미대의 도서관에서는 영상자료실과 지하 수장고에는 각종 전시 도록들이 모여있어서 나는 이 곳들을 제일 좋아했다. 


미대의 수업과 음대의 수업들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미학은 미대에서의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관점과 음대에서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음악미학의 관점이 달라 재밌었다. 또 음악 수업 같은 경우에 미대에도 교양과목으로 음악 과목과, 영상음악 과목이 존재하지만 음대의 수업처럼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미지를 활용한 음악이라던가 반대로 음대생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나는 음대에서 사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음대의 친구를 미대에 초대해서 미대의 수업을 같이 듣기도 하였다. 

또 미대의 축제와 음대의 축제를 가는 것도 정말 재밌다. 음대는 역시 연주회가 메인이다. 타임테이블 별로 동시다발적으로 연주회를 연다.

어느 연주를 들어야 좋을지 내 귀가 두 개뿐인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초빙교수의 수업도 체크하는 것도 좋다.

미대에서는 초빙교수 수업이라기보다 토크쇼 같은 느낌으로 미대 출신의 유명인사 게스트를 초빙하여 토크 세션을 여는 기획이 꽤 있었다. 유명한 배우에서부터 디자이너, 영화감독, 아트 디렉터 등등 그 분야에서 나름 활약하고 있는 선배 또는 업계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미대생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라 할 수 있다.


Seong-jin Cho(the winner of 2015 Chopin piano competition


음대생의 특권은 당연 마스터클래스이다. 내가 음대에 수업을 들을 적에 정말 우연하게도 2015년 국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스승 미셸 베로프가 내가 있던 음대에 마스터클래스를 연 적 이 있었다. 그때 드뷔시의 곡으로 피아노과 학생이 마스터클래스 받는 모습을 콘서트 홀에서 열었는데, 정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CD로만 듣던 미셸 베로프가 눈앞에 있는 광경은 조성진 콘서트를 본 것 보다도 더 비현실 적이었다.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학점교류로 다른 대학교의 수업을 들어보기를 정말 추천한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학교 이외의 학생들이 또 어떤 생활을 하고 무엇을 배우는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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