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미술대학은 어떨까.
우선, 매 년 대학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4월의 입학식과 3월의 졸업식이 무산되었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7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1개월 반 동안 긴급사태 선언을 내렸다.
일본에서 4월은 모든 것이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학교의 입학식, 회사의 입사식 등등이 4월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달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입사식은 온라인 입사로 대체되었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 와중에 미술관은 온라인 근무가 가능할 리가 없기 때문에, 기나 긴 휴관에 들어간다.
이 시기에 월급이 삭감되거나, 혹은 무급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특히, 유학생들은 3월 9일 시점으로 입국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더 애가 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겨울방학을 맞이해 모국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새 학기가 되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였다.
또, 각 대학교는 긴급사태 기간 동안 외부인은 물론 학생들도 출입이 금지되었다.
올해 입학한 1학년은 말 그대로 학교에도 가보지 못하고 1학년을 갑작스레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도 온라인 수업으로.
미대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것은 가능할까?
초반은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 기반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 보였다. 특히나 우리 과 교수님들의 평균 나이가 60을 넘는 분들이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던 게 1학기의 일이다.
학사 일정도 물론 3개월이나 뒤로 밀려, 올해 여름방학은 고작 일주일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미대의 수업이 원격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업을 직접 들은 재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수업을 들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교수님도 학생들도 양 쪽 모두 힘들고 지루한 싸움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우리 과는 그래도 강의형 강의가 많기 때문에 이론 수업에 한해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실기과목이었다. 특히나 강평이 있는 과목은 도대체 어떻게 화면으로 작품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교수가 평가를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학생들은 전자기기 사용에 매우 능숙하여 자신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거나, 데이터 파일로 옮겨와 그것을 그대로 zoom에서 공유하여 모니터에서 교수님이 그것을 보며 강의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직접 보는 것과 모니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보는 작품은 진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별개의 문제이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이것이 최선인 듯하다.
1학기는 우왕좌왕 아직 시스템도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2학기에 들어서고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다.
슬슬 학교도 학생들을 맞이하여,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과 동시에 아직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들은 온라인으로 2중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코로나 이후 미술관 전시는?
국공립 미술관, 갤러리도 슬슬 6월부터 재개관을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전시를 다시 열고 있다.
초반에는 거리두기를 지키고, 체온을 체크하고 소독제를 비치하여 입장을 엄격하게 제한하였다.
또한, 붐비는 전시나 미술관에서는 사전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미술관도 굵직한 기획전이 무기한 연장되거나, 전시 스케줄을 다시 전부 조정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하였다.
특히나 문화. 예술계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공연이나 전시가 취소되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나는 한 국립 미술관 재단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전시가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작가 분이 외국 분이셔서 당시 일본에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긴급사태 선언이 종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있다.
또한 이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Virtual 시스템을 도입한 전시들도 눈길을 끈다.
매년 열리는 Tokyo Art Book Fair (TABF)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전시를 개최하였다.
아직은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점점 문화 예술계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본다는 것의 의미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제 새롭게 보는 방식을 고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눈으로 직접 보는 예술작품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보는 방법 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어쩌면 현재 이후에 유효할 수 도있다.
나는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 새롭게 보는 방식을 시도해보려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돌연 들이닥친 새로운 시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공유가 가능하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모두가 막연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 내가 가능한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