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보는 용기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한쪽가게 책방지기 나경입니다.
오늘의 편지는 한 문장의 속담으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
이 말을 떠올리며 제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돌다리를 열심히 두드리다가 “내일 건너야겠다”, “다음에 건너야겠다”하며 결국은 건너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생각이 많은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그 결과를 그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야 할 시점에는 이미 지쳐 있거나 슬며시 하지 않는 쪽을 택하곤 했습니다.
요즘 그런 저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주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이 많아지려는 찰나 잠시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부딪혀 보기로 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거죠. 완벽한 준비보다는 일단 움직여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주 사소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읽은 책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a.silent.moment)을 새로 만들었어요. 10년 전 결혼과 함께 동거인과 카페를 열면서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카페 소식과 저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게 되었고, 그 무렵부터 책 읽는 기쁨도 다시금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경의 책’이라는 해시태그로 읽은 책을 정리하며 기록해 왔지요.
그러다 본가가 있는 대전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일상과 공간에 대한 기록을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의 한쪽가게 계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책방 계정에 책 소개를 한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제 개인적인 기록을 멈추게 되었고 그 점이 늘 아쉬워서 마음에 남았습니다. 생각만 하다 미뤄둔 일들을 결국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거죠.
그러면서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SNS 계정을 하나 더 만드는 일조차 왜 그렇게 주저했을까? 왜 ‘시작’이라는 일이 이렇게도 부담스럽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들여다보니 제 안에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에 대한 강박이 있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완전한 결과를 기대하니 당연히 시작은 늘 어려웠겠지요. 게다가 저는 완벽한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시작하지 않으면 실패도, 실수도 없으니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제 안의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본 1월이었습니다.
2월에는 시작의 즐거움을 조금 더 씩씩하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SNS 계정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그동안 고민만 하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별일 아니더라고요. 걱정했던 만큼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프로 걱정러이자 프로 고민러입니다. 대체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냐고요?… 비밀입니다.)
지금 저는 좋아하는 빵집에 와있어요. 맛있는 샌드위치와 수프를 먹고 배를 통통 두드리며 이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요, 제 뒤에 앉은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냥 해! 우선하고 보는 거야. 안 되면 말고.”
순간 깜짝 놀랐어요.
와, 세상에. 온 우주가 저를 응원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음악으로 가득한 | 다카기 마사카쓰 | 열매하나』
해 보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한다면 제대로 하고 싶다.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틀리지 않게. 그런데 ‘제대로’만 앞세우다 보면 역시 나아가질 못한다. 어째서인지 재미가 없어진다.
요 몇 년 사이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로, 나는 일단 해 보는 걸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좋을지 어떨지도 시도하기 전에는 모른다. 그래서 ‘일단’ 해보는 거다. 누구에게든 뭐가 됐든 시작이 존재하고, 다소 틀리더라도 길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p.61
무얼 하든 결국은 ’선택‘해야만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우선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해 보고 틀리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그만이니까. 나이를 먹어 좋은 건 ’완성 따위는 없다’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거다. 실패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7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2월, 나경 드림
「나경의 편지」는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한쪽가게를 예약제로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저의 작은 마음입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생각과 마음, 책방의 이야기, 읽은 책 속 문장, 짧은 일기와 낙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