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읽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나경입니다.
내란 사태와 제주 항공기 참사로 모든 국민이 분노와 슬픔 사이를 바쁘게 오갔던 연말을 생각하면
이렇게 안부를 묻는 평범한 일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지금처럼 모두의 안녕을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그래서 더 진심을 담아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새해, 잘 맞이하셨나요?
저는 1일이 마침 공간 휴무일과 겹쳐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책방과 집에서 사용할 달력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습니다. 미리 주문해 둔 좋아하는 작가님의 달력, 좋아하는 서점에서 보내주신 달력,
그리고 친구가 선물해 준 달력까지. 어느새 저는 ‘달력 부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사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조금 멍하니 새해를 맞았는데 달력을 놓아 둘 자리를 고민하고, 1월 일정에 조심스레 동그라미를 표시하고 나니 새로운 마음이 조금씩 차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기장에 “새해, 새 마음으로”라고 적었지요. 시선이 자주 머무는 곳에 예쁜 달력 하나 놓아두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환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올해는 일상 곳곳에, 저를 위한 크고 작은 기쁨들을 달력처럼 놓아두고 싶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새해에 새롭게 시작한 일을 한 가지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새벽 시간을 제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모여 한 시간 동안 각자 창작 활동을 하는 온라인 모임 ‘창작하는 아침’ (@jagunbae) 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저는 이 시간에 아침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읽은 글에서 밤에 쓰는 일기와 아침에 쓰는 일기의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밤의 일기는 후회나 반성, 아침의 일기는 기대나 긍정이 더 많이 담긴다고요. 정말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이번에는 밤과 아침 일기를 함께 써보며 직접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틀째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차이점은 잠들기 전 떠올린 생각을 아침에 자연스럽게 이어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아침 일기를 쓰고 싶다면 잠들기 전 좋은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요? (갸우뚱…) 오늘 저녁에 바로 시도해보려 합니다. 혹시 결과가 궁금하신 분은 슬쩍 제게 물어봐 주세요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보는 습관을 바꾸고 싶어서 책 읽기도 새벽 계획에 넣었어요. 또 구독 중인 주간지(시사IN)의 기사도 하루 한 꼭지씩 읽고 싶어요. (어릴 적 학습지를 미뤘던 아이는 자라서 주간지를 미루는 어른이 되었다고 합니다…)
책방 일을 시작한 이후 저는 ‘책을 빨리 읽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입고된 책을 빨리 읽고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그 뒤에 또 읽어야 하는 책들이 줄지어 있다는 조급함이 저를 계속해서 쳇바퀴 안에 머물게 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다르게 읽어보려고 해요. 빨리, 많이보다 천천히, 깊이. 책을 읽으며 연필로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책방에 소개하는 글과는 별도로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보려 합니다. 한 권의 책이 제게 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며 조금 더 오래, 그 안에 머물고 싶어요.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나니 1월도, 새해도 조금은 더 기대되는 마음이 듭니다.
새해 계획을 세우셨나요?
이 세상에는 태풍이 와도 책방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에는 무작정 그리로 향하는 사람이 있고, 또 묵묵하게 책방을 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책방을 사이에 두고 얼마든지 일어난다. 사사롭고 부지런한 이야기.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 책방들을 그려보면, 내 자리에서 나 또한 부지런해진다. 어제와 비슷한 책방 풍경이지만 사진을 찍어 올리며 개점 소식을 알리는 짧은 게시 글을 보면서, 나 또한 오늘 내야 할 기운을 활짝 낸다.
p.218 「읽는 생활, 임진아」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 하나!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한쪽가게를 성실하게 열고 닫는 일도
저의 새해 계획입니다. 부지런한 사랑으로 책방을 찾아와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저도 성실히 자리를 지킬게요. 새해에는 이곳에서 우리 더 자주 얼굴을 마주하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새해 맞으셔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한쪽가게 나경 드림
「나경의 편지」는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한쪽가게를 예약제로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저의 작은 마음입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생각과 마음, 책방의 이야기, 읽은 책 속 문장, 짧은 일기와 낙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