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에서
안녕하세요. 나경입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런 질문 앞에서는 늘 잠시 뜸을 들이게 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어요. 공간을 다시 정비하고, 예약제로 운영을 바꾼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는 나만의 콰이어트 코너가 존재한다는 걸,
그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나만의 콰이어트 룸은 밝고 조용하고,
언제나 음악이 물처럼 흐르는 곳이란 걸 일깨워준 고마운 꿈이었다.
『계절은 노래하듯이 | 오하나 | 창비』
“세상 어딘가에는, 나만의 콰이어트 코너가 존재한다는 걸.”
지난여름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으며 만난 이 문장에 마음을 온통 빼앗겼습니다.
한쪽가게는 평소에도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조금 더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공간을 손보고 예약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은 공간을 꾸려온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지만, 공간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처럼 매해 고민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요. 예전엔 일과 삶의 경계가 분명하길 바랐는데, 요즘은 그보다는 균형을 잘 유지하는 법을 더 고민하게 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도 꼭 나누고 싶어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홀로 일하는 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 가장 편안한 동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매일 퇴근할 때면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꼭 건넵니다. 솔직히 출근은 여전히 귀찮지만,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이곳이 제게도 콰이어트 코너가 되어준다는 걸 느껴요. 참 고마운 일이죠.
“누군가의 일상 곁에 책방이 콰이어트 코너가 되어준다면 어떨까?”
질문을 품고 새롭게 단장한 공간에서 조심스레 서로를 맞춰가던 계절들이 지나 어느덧 겨울입니다.
‘잘하고 있냐’는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색하게 웃곤 하지만, 공간과 함께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신 있게, 그리고 기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퉁이를 돌아 이 조용한 구석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편안히 머물다 가시길 바랍니다.
추신.
제가 받았던 그 질문을 조심스레 당신께도 전해봅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2월, 한쪽가게 나경 드림.
「나경의 편지」는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한쪽가게를 예약제로 이용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저의 작은 마음입니다.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생각과 마음, 책방의 이야기, 읽은 책 속 문장, 짧은 일기와 낙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