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참 무섭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화장하지 않고 단출히 편한 옷을 입고 나서는 덴 익숙해졌는데,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핸드폰 까만 화면에, 지하철 유리창에, 가게 쇼윈도에 나의 모습을 비춰 확인한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고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카메라 어플을 켜서 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그런데 셀카가 아닌 일반 촬영으로 설정되어 있어 화면에 바깥 풍경이 보였다.
하늘이 참 파랗고 바람에 산들거리는 나뭇잎도 참 예쁘다. 햇빛이 내리쬐는 것도, 구름이 엷게 끼어있는 것도, 시원스레 보이는 산도 참 멋지다. 지나는 사람들의 일상도 고단함도 즐거움도 보인다. 세상 곳곳이 너무도 아름답다.
그동안, 나의 얼굴을 보는 데 시간을 쏟느라 보지 못한 게 너무나 많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젠 어딘가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것들을 볼 것이다.
세상은 보이러 나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보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