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커피와 아메리카노
요즘 유행하는 비엔나 커피를 마셔 보았다.
원래 단 음료를 마신후 입에 남는 텁텁함과 찝찝함을 싫어해, 시럽이나 크림이 올라간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 원래는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마셨든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만 고집했었다. 그런데 문득 시켜보고 싶어 유행하는 비엔나 커피를 시켜 보았다. 테이블에 놓여진 커피를 마시기 전, 흔히들 말하는 ‘인스타 갬성’ 사진을 몇 장 찍어 남기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마셔왔던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는 예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남기기엔 아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입 두 입 마셔보았다.
비엔나커피는 맛이 있다. 달콤하고도 진하게 내려앉는 크림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과, 진한 에스프레소의 조화는 맛이 좋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여전히 내 입에는 적당히 씁쓸하고 산미가 느껴지는 깔끔한 커피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다시 요란한 이름의 ‘솔티드캬라멜라떼’를 시켰다. 역시나 굉장히 예뻤다. 그렇지만 입에 남는 불쾌한 찝찝함은 그대로였다.
사진이 모두의 일상에 젖어든 요즘, 우리는 좋은 것이 있으면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든다. 글이 아닌 사진으로 소통하고, 말보다는 사진으로 흔히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시각적인 것을 강조한 컨텐츠가 참으로 많아졌다. 예쁜 커피, 예쁜 음식, 예쁜 인테리어, 예쁜 포장... 인간의 심미안은 본능과 같아서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지만 요즘처럼 이다지도 시각이 강조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심미안을 만족시키는 컨텐츠는 참으로 많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오랜 신념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에서 오는 배신감, 실망감은 그냥 맛이 없는 것보다 크다.(맛없게 생겼는데 맛이 보통인 것과, 맛있게 생겼는데 맛이 보통인데서 오는 감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나는 시각적인 것에 혹해서 예쁜 커피를 시키고 다시 실망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리고나서야 나는 다시 아메리카노를 시키게 되었다.
시각적인 것은 참 강렬하다.(원래 심리학적으로는 오감 중에서는 후각이 가장 강력해서 기억과 잘 연합되고, 오래 저장된다고 한다. 허나 아직 후각 전댈 매체가 없기 때문에 그 강력함이 발휘되지 못한 터인데 시각의 강력함을 절감하는 요즘 , 이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니!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껍데기는 가라” 따위의 교훈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쉬이 시각에 매료되곤 하니까 말이다.
이러한 유행의 흐름을 경험하면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고 조금씩 변화함을 느낀다. 난 여전히 촌스러워서, 비엔나커피보다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스트리밍보다는 앨범이 좋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보다는 메모장을 켜서 글을 적는 게 좋다. 물론 그 사이에 나도 차가 아닌 아메리카노, LP판이 아닌 CD 앨범, 종이가 아닌 메모 앱 등의 변화에는 금방 순응하고, 적응했다. 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만큼, 또 내가 받아들일 만큼의 변화가 나는 마음에 든다. 또 다른 흐름의 변화에서 나는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향이 전달하는 매체가 개발되어 나는 또다시 향이 좋은 것들을 사게 될까? 참으로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