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든, 사랑이든, 다른 무엇이든.
과정의 가치를 절하하는 사회적 풍토 가운데에서 우리 사회는 쉽게 체념하게 된다.
곧, 결과만을 조명하고 과정을 폄훼하게 되면 그러한 과정 중에 속해있는 사람은 쉽게 추한 것, 결핍된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곧 사람을 쉽게 좌절케 하고 체념케 한다.
결핍된 것의 추구나 욕망은 자연스레 발현되는 본능임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폄훼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결과는 생득적으로 주어진 사람에게만 소유의 권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수록 보다 견고해져서 행동을 억압하게 된다. 즉 결과를 얻으려는 과정이나 동기가 쉽게 무시되면서ㅡ무시하는 사람이 소유자이건 비소유자이건ㅡ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과정에 도전하지 못하고, 그저 소유하지 못한 현재 상태에 체념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결국 그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을 또다시 결핍된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결과'라는 대상의 소유 여부만으로 평가하고, 결과를 소유하는 자와 소유하지 못하는 자로 분리되며, 사회의 인정으로부터 탈락된다. 또 이러한 분리는 소유자와 비소유자가 유리되는 사회 구조와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희망은 사라지고 쉽게 체념하게 되고, 비소유는 결핍의 상태로 정의되며 부족한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을 소유여부로 편가르게 되고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쉽게 소유하기 위한 노력까지 나아가기 어려워진다. 곧 비소유자가 소유자의 편으로 넘어설 수 없는 튼튼한 경계를 형성하게 되고 사람은 둘로 완전히 나뉘게 된다.
사실 상 소유의 대상이 무엇이 될 것인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대상이 그러한 가치가 있는가에 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인간이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든 그 과정에 나아가는 것에 대한 시선ㅡ대상과 과정과 방식이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면ㅡ은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돈이든, 사랑이든, 다른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