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놈이 우찌 양반을 때릴 것고."

그 말을 듣고 용이는 울었다.

by 은해

평사리의 상민인 용이는 최참판댁 행랑 툇마루에 앉아서 옛날 일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그 행랑 뜰에서 놀았었다. 용이는 그댁 도련님인 치수에게 노상 두드려 맞았다.


‘옴마, 내가 힘이 더 센데 와 밤낮 얻어맞아야 하노.’

‘심이 세니께, 억울할 것 없다.’

‘나도 때릴란다.’

‘도련님이 몸이 약하니께 니가 참아야지, 셈 찬 성이 참더라고 니는 심이 세니께.’

‘그라믄 머 심만 세믄 밤낮 맞아야 하나?’

‘그러니께 니보다 심센 놈을 만나거든 그때는 지지말고 때리주라모.’

‘심센 놈이 그라믄 나겉이 맞아줄 기가?’

‘어진 마음이믄.’

‘안 어지믄 난 또 맞아야 하게?’

중략

‘심이 세도 맞고 심이 없이도 맞고 맞고만 살라 카나?’

말문이 막혔던지 모친은 말이 없었다. 한참 후 먼 산을 보면서,

‘상놈이 우찌 양반을 때릴 것고.’

그 말을 듣고 용이는 울었다.

-토지 1부2권 15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양반과 상민이라는 신분차이는 힘이 세고 안세고의 문제를 뛰어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고한 벽이었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다. 상민이 어찌 감히 양반을 때릴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때릴 수는 있으되 그 후에 감당해야할 일이 두려운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설에서 그런 이용 자신도 월선을 사랑하나 그녀가 무당의 딸이라는 신분 차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헤어진 후 강청댁과 결혼하지만 정을 붙이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오랜 세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회는 신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계급사회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그런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울고 있는 용이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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