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와 그런지 그 생각이 문뜩문뜩 나누마요. 그때 나는 고라니 한 마리를 잡았는데 말입니다. 그기이 암놈이었소. 거참, 희한한 일이었소. 다음 날 고라니를 잡은 자리를 지나갔다 말입니다. 그랬는데 암놈 피가 흐른 자리에 수놈 한 마리가 나자빠져서 죽어 있더란 말입니다. 총 맞은 자리도 없고 멀쩡한 놈인데....... 그, 그기이 다, 허 참 그기이 다 음양의 이치 아니겄소?“
-토지 1부 2권 39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최치수의 요청으로 참판 댁에 잠시 머무를 때 강포수는 그 집 계집종 귀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강포수는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으면서도 가끔 남몰래 먹을 것을 방으로 디밀어주곤 하던 귀녀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어느 날 문득 음양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강포수는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버린 것이다.
큐피드(Cupid)는 로마 신화의 사랑의 신인데 사랑의 화살을 쏘는 날개달린 아기로 그려진 그림들을 본 기억이 있다.
라틴어로는 ‘Cupido’ 인데 열정적인 욕망(Passionate desire)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간은 남녀가 만나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순리이며, 어쩌면 그 사랑이라는 것이 누군가 내 심장에 화살을 쏜 것처럼 견딜 수 없이 아픈 것이어서 이성으로는 제어하기 힘든 그런 욕구라는 뜻일 것이다.
남녀 간의 끌림이나 사랑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숙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그런 종류의 찬란한 고통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강포수의 눈이 행복한 듯 슬픈 듯 흔들렸다고 말하고 있다.
강포수의 사랑은 순애보였다.
최치수 교살을 음모한 죄로 귀녀가 감옥에 갇힌 후에도 강포수는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바치다가 귀녀가 옥중에서 출생한 아이까지 거두게 된다.
사랑에 빠져서 음양의 이치를 문득 깨닫게 된 강포수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