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야망 때문이 아니었다.
서희가 얼굴에 침을 뱉었을 적에
'이제는 야망 때문이 아니었다. 보복 때문이다.
서희가 얼굴에 침을 뱉었을 적에 귀녀는 보복의 칼을 갈았다.
이제는 그 칼을 내려침에 주저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이미 죽이기로 작정하였고 죽일 것을 주저했던 귀녀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귀녀는 만석꾼 살림보다 여자로서 물리침을 당한 원한이 더 강하였다.
최치수를 사랑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지금 귀녀는 백만 석의 살림을 차지하는 야망보다 노비로서 짓밟힘을 당한 원한이 더 치열하였다.'
-토지 1부2권 359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1부1권 4장에서 최참판댁 종인 삼월이와 귀녀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중에 삼월이 등에 업혔던 서희가 귀녀 얼굴에 침을 뱉었던 적이 있었다.
봉순네는 서희에게 나쁜 짓이라며, 짐승한테도 침은 뱉아서 안되는데 라며 타이르고, 귀녀는 원한과 저주가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눈길을 서희에게 쏟았다는 장면이 나온다.
위의 인용한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스토리가 떠올랐다.
기독교도인 사업가 안토니오는 거리에서 만나면 유대인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침을 뱉었다. 그런 모욕을 당한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앙심을 품는다.
안토니오가 삼천 다카트를 빌리러 오자 계약서에 그 돈을 기한 안에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을 베어내겠다는 조항을 넣음으로써 그의 생명을 노린다.
소설 속 귀녀는 김평산을 시켜 최참판댁의 유일한 남자인 최치수를 살해하게 한다.
최치수의 씨를 낳아 최참판네 만석군 살림을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가졌던 귀녀였다.
그런데 이제는 야망때문이 아니라 보복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상대가 내가 부리는 종이든, 그 사회에서 배척받는 유대인이든, 그 누구이든 간에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은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