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겉이 좋은 울타리가 어디 있일 기라고

날 짐승도 새끼를 치는데...

by 은해


“죽어서 물 한 모금 얻어묵을 곳도 없이 허공에 떠도는 망령도 가련치마는 살아 생전에도 마찬가지다. 아무튼지 간에 자식 없는 것은 사람도 아니네라.

자식겉이 좋은 울타리가 어디 있일 기라고. 범의 장다리 겉은 아들들만 있어보제? 갬히 누가 업신여길 기든고?”

-토지 1부3권 318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월선네에 마실 왔던 이웃 중늙은이의 말이다.

사람들은 더러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도 하나 그것은 자식들이 하도 부모 속을 썩이니 그 어려움을 돌려 말하는 것이지 진심은 아닐 것이다.


월선은 이용과 서로 사랑하나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헤어져, 나이 많은 봇짐장수에게 시집갔으나 살지 못하고 돌아와 주막집을 하기도 한다. 가끔 이용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강청댁의 행패에 못 이겨 백부인 공노인을 따라 용정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용과 다시 만나서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자식은 없다.

월선은 가끔 ‘임이네가 낳은 아이는 그이를 닮았이까.’하고 생각해 본다.

한 번은 이웃에서 놀러온 천석이란 아이를 보고 “니 고만 내 아들 되자.”하고 말해보기도 한다. 마당에 와서 놀고 있는 천석이를 보고 있자니 외로운 자기 처지에 저런 아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소설 속에는 이런 대사도 나온다.

‘강산이 지 거라도 자식 없는 사램이 젤 섧단다.’

‘아야하고 한 분 누워보제? 남이 무신 소용고, 누가 따따스리 물 한모금 끓이줄 것이며, 자식 없는 거는 사람도 아니다.’


요즘은 결혼도 선택이고, 아이를 낳는 일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드는 생각이 ‘자식 없는 노인’은 ‘부모 없는 아이’만큼 서러울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돌아다보아 주어야하고, 우리 사회도 그런 사람들을 돌보아 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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