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일에서 돌아온 것처럼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며
육개장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는다.
‘최참판댁에서는 연이네가 사잣밥, 소금, 간장을 조금씩 퍼내어 문밖에 뿌리고 깨어서 조각낸 호박도 여기저기 뿌리고, 하인 하나는 지붕에 올려놓은 적삼을 불태우고, 그것으로써 수동의 육신과 혼령은 깨끗하게 처리되고 말았다.
저녁때 장지서 돌아온 하인들은 길상을 제외하고 모두 들일에서 돌아온 것처럼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며 다른 때보다 더 요란하게 잡담들을 했다.’
-토지 1부4권 155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서희에게 충성을 다 바치던 수동이 죽었다. 낡은 상여가 마을길을 나서는 초라한 출상이었다. 자식도 없었던 수동이고 보면 쓸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병과 흉년으로 숱한 죽음을 보아왔던 터라 그러했는지 ‘장지에서 돌아온 하인들은 마치 들일에서 돌아온 것처럼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고 작가는 썼다.
장례식장의 육개장이 떠오른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문상객들이 상주측이 대접하는 술과 떡과 고기와 밥을 먹으며 상주에게 위로를 건네고 돌아간다. 문상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상을 당해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던 상주들도 육개장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는다.
우리는 그렇게 밥을 먹는다. 마치 들일에서 돌아온 것처럼.
이제는 죽어서 다시는 밥을 먹을 수 없는 그 사람을 옆방에 두고, 남은 사람은 밥을 먹는다.
아니 밥을 먹어야 한다.
죽은 그 사람을 보내는 예를 잘 치르기 위해서. 아니 죽은 사람은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은 남아있는 날들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도 남은 사람은 밥을 먹어야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