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착한 처자나 얻어서

어떤 인생이 가장 좋은 것일까요

by 은해


“필시 그 어느 편도 아닐 게다. 노스님께선 널 절에 두기를 원하셨지. 그러나 산간인들 항간인들 마음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는 산에도 가지 말고 사람들 무리에도 섞이지 말고 마음씨 착한 처자나 얻어서 포전이나 쫏고 살아라.”

-토지 1부4권 274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소설 속에서 동학의 접주로서 중요한 자리에서 활동했던 김개주가 아들 환이에게 하는 말이다. 장부라면 세상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든가, 사내라면 혁명에 몸 바치라든가 하지 않고 그저 착한 처자나 얻어서 포전이나 쫏고 살라고 한다.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날 저승의 염라대왕이 특별 사면을 해주는 날이 있었다고 한다.

한 남자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저는 다시 살 수 있다면 권력을 꼭 갖고 싶어요. 세상으로 돌아가 권력을 잡고 한 오십년 떵떵 거리며 살아보고 싶습니다.’했더니 염라대왕이 흔쾌히 허락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남자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저는 돈이 소원입니다. 세상으로 돌아가 부자가 되어 땅땅거리며 살고 싶습니다.’했더니 그것도 허락해 주었다네요.


그런데 그 다음에 들어온 남자가 말하기를 ‘저는 돈도 권력도 다 원치 않습니다. 세상으로 돌아가 그저 어여쁜 마누라와 함께 밭이나 일구며 아들 딸 서넛 낳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보고 싶습니다.’하더랍니다.

그랬더니 염라대왕이 하는 말이 ’야 이놈아, 그렇게 좋은 자리가 있으면 내가 가겠다. 이놈아.‘ 했답니다.


어떤 인생이 가장 좋은 것일까요?

어떤 삶이 가장 행복한 것일까요?


서울 한 복판에 살면서 감자 얹은 보리밥을 물에 말아 풋고추 된장에 찍어먹으며 살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네요.

이전 18화들일에서 돌아온 것처럼 배부르게 밥을 먹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