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를 사모하는 불륜의 사내요!

금지된 사랑은 예술작품 속에서나 존재해야

by 은해


‘그렇소. 나는 당신 어머니의 불의의 자식이요! 당신은 아비 다른 내 형님이오! 그리고 또 있지요. 형수를 사모하는 불륜의 사내요!’

-토지 1부4권 284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구천이가 아버지 다른 형인 최치수에게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다.

구천이(환이)는 윤씨부인이 연곡사에 불공드리러 갔다가 동학 접주요, 우관스님의 동생인 김개주에게 겁탈당하여 낳은 아들이다. 최치수의 어머니인 윤씨부인이 낳아 절에 맡기고 온 구천이가 어느 날 최참판댁을 찾아왔고 그 댁 머슴이 되어 같은 집에 살았을 적 이야기다.


그런 구천이 이부형, 최치수의 아내인 별당아씨를 사모하여 함께 달아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형수를 사모하는 불륜의 사내’라고 말한다.

그것은 금단의 사랑이요, 잘못된 만남이다.


이 대목에서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사랑 이야기를 떠울리게 된다. 시동생을 사랑한 프란체스카와 형수를 사모한 파울로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사랑이야기는 이탈리아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형수와 시동생 사이인 두 사람의 사랑은 형에게 발각되어 비참하게 살해된다.


구천이와 별당아씨는 윤씨부인의 도움으로 몰래 달아나지만, 최치수는 사냥을 하겠다며 신식총을 구해 지리산으로 도망간 구천이를 잡기 위해 집을 떠난다.

프란체스카와 파울로는 망령이 되어 지옥을 떠돈다.

단테가 신곡을 쓰면서 프란체스카와 파울로 두 사람을 제2지옥에 넣었던 것이다.

구천이와 달아났던 별당아씨는 그 후 병을 얻어 죽게 되고, 구천이는 의병활동에 뛰어들게 된다.


금지된 사랑은 현실 아닌 예술작품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안전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