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南道)의 사내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그런 모습일 수 있다

by 은해


‘결국 용이네 세 식구는 월선의 국밥집에 매달려서 사는 결과가 되었다. 우직하고 보수적인 농민의 습성이 뼛속까지 스며 있는 남도(南道)의 사내, 안으로 수줍어하고 섬세하지만 오기가 또한 대단했던 용이는 차츰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토지 2부1권 16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용이는 괴롭다.


조준구를 습격한 사건 후, 간도 땅으로 도망치다시피 이주해온 평사리 사람들 중에 용이 만큼 괴로운 이도 없을 듯하다. 월선은 삼촌인 공노인의 도움으로 국밥집을 차렸고, 용이네 세 식구가 월선이가 하는 국밥집에 매달려 사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사내로서, 사람으로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책감이 그를 힘들게 한다.

한 집에서 아들 홍이를 낳아준 임이네와 정인(情人)인 월선이, 두 여자를 거느리고 살아야하는 용이는 괴롭다.

자기 식구들을 제 손으로 벌어 먹이지 못한다는 사내로서의 괴로움도 크다.

한 술 더 떠서 자기 식솔들이 월선이하는 국밥집에 매달려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거기다가 욕심으로 똘똘 뭉친 임이네는 가게 돈을 훔쳐내어 돈 놀이를 한다. 그런 임이네를 나무라고, 싸움이 되고...

용이는 ‘이게 바로 지옥’이라며 몸부림친다.


불륜이나 외도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용이와 월선의 애절한 사랑, 내 자식을 낳아준 여자 임이네를 버릴 수 없다는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남도(南道)의 사내, 용이라는 남자를 향해 화를 내거나 비난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수가 없다.


손에 든 돌을 슬그머니 내려놓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그런 모습일 수 있다.


'문학'이란 그런 우리의 삶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종이 위에 가만히 그려보는 작업이 아닐까. 박경리처럼...

이전 03화니 배고프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