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배고프겄다

'등잔불 아래 김이 나는 된장국'의 힘을 나는 믿는다

by 은해


“한복이 니 배고프겄다.”

“괜찮십니다.”

일을 끝내고 지붕에서 내려왔을 때 사방은 어둑어둑했다. 깜박거리는 등잔불 아래 김이 나는 된장국, 풋김치, 간갈치는 구워놓았고 수북히 올라간 보리밥, 한복에게는 오래간만의 성찬이다.

-토지 1부4권 371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는 해거름녘은 사람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다.

‘등잔불 아래 김이 나는 된장국’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리밥에 김이 나는 된장국을 먹는 그 풍경은 단 번에 우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인정 많은 두만네는 그런 밥상에서 혼자 지내는 한복이를 먹인다. “한복아, 묵고 더 묵어라이.” 남편 앞에 밥상을 날라다 놓은 다음 아들 영만이와 겸상한 것을 갖다 놓으며 두만네는 말한다.

한복이는 귀녀와 공모하여 최치수를 살해한 김평산의 둘째 아들이다. 그 살인죄로 김평산이 사형을 당하자 어머니인 함안댁은 마당가에 서있던 살구나무에 목을 매 죽었다. 동네사람들의 도움으로 함안댁 장례를 치르고 두 형제는 외가로 보내졌는데 열일곱 살이 된 한복이는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평사리로 다시 돌아와 혼자 살고 있었다.


‘등잔불 아래 김이 나는 된장국’은 참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런 된장국을 끓여주는 누군가를 가진 사람은 참 행복할 것이다.

김이 나는 된장국을 끓여서 먹일 수 있는 식구들이 있는 사람도 행복하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두만네가 한복이에게 그랬듯이, 그렇게 따스한 된장국을 먹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연방정부 청사를 폭파시켜 168명을 사망케 한 어떤 범죄자는 그날 아침 차가운 스파게티를 먹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등잔불 아래 김이 나는 된장국’의 힘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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