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지
제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멀찍이 서 있는 길상이까지 몰아서, 무안쩍어 그랬을 테지만 크다만 눈알이 빠져나올 만큼 부릅뜨고 호통치는 꼴이 가관은 가관이다. 기가 막힌 송장환과 길상이 마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토지 2부1권 180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길상이와 송장환(상의학교 교사)이 회령의 한양여관에 묵었을 때의 일이다.
장주사라는 인사가 여관에서 잔일을 하는 과수댁(옥이엄마)에게 대놓고 희롱을 하다가 시비가 붙는 소리를 듣고 송장환이 나서서 여자를 구해주는 장면이다.
장주사라는 인사는 ‘젊은 놈들이 당을 지어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한테 행패’라고 하며 자기 잘못은 제쳐놓고 남의 탓만 한다.
자기가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즉 제 잘못은 생각지 아니하고 남의 잘못만 들추어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하는 말이 있다.
같은 뜻의 말인데 ’제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라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우리말 표현 중에 이렇게 살갑고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토지》라는 소설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다. 우리들의 할매, 어매가 아지매가 그리고 아재가 써온 우리말의 찰떡같은 비유를 만날 수가 있다.
부부싸움을 할 때를 생각해보라. 보통은 다 ’제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상대방의 잘못만 주워섬기게 마련이다.
’제 한 일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바로 우리들의 모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