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조건이냐?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 하나에 달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아버님께 여쭈었지요. 중략... 아버님은 혼사란 걸맞지 않으면 후환이 있는 법인데 하여간 매파를 보내어 집안 내력이나 알아보자, 그래서 매파를 보냈는데 돌아온 매파 말이 다른 데 혼담이 있는 눈치더라는 게요.”
토지 1부5권 245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상의학교 교사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송장환이 제자인 정호 누나 정순에게 마음을 두고, 아버지에게 여쭈었을 때 아버지가 한 이야기이다.
혼사란 걸맞지 않으면 후환이 있는 법이라고.
당자인 송장환은 정순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야채장사 딸이건 백정네 딸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인 송병문은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걸맞은 상대라는 것은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래야 결혼생활이 큰 갈등 없이 순조로울 것이며, 걸맞지 않는 사람과 살면 나중에 어떤 근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유럽의 결혼 양식과 형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결혼의 문화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은 돈과 결혼하고, 토지는 토지와 결혼한다.’
혼사는 양쪽 집안의 자산이 서로 걸맞은 상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경제적 자산, 문화적 자산,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결혼이란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 할 때가 되면 또 조건을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할 때 부모들이 더 조건을 따질 것 같지만 실은 결혼 당사자인 신랑 신부도 조건을 많이 따진다고 한다.
사랑이냐? 조건이냐? 아니면 사랑하지만 조건도 본다?
아니 사랑보다는 조건이 더 중요하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즉 연애는 사랑으로 결혼은 조건보고?
우리나라에도 “가난이 대문으로 찾아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는 말이 있다.
사랑만 가지고 하는 결혼이 위험한 것이라면, 사랑 없이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것은 또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혼사란 참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어쨌든 잘 골라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