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가 기왓장이 떨어져 머리를 깬 사람

여성에게 유독 가혹한 심히 부당한 일

by 은해


“앙화를 당한 사람은 형수씹니다. 길 가다가 기왓장이 떨어져 머리를 깬 사람을 끌고 와서 매질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생각해보십시오. 형수씨는 법회에 혼자 나가신 건 아니잖습니까? 여러 부녀자들과 함께, 그 속에서 불륜을 저질렀단 말씀이오? 집에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형수씨는 법회 이왼 밖에 나가신 일이 없고, 술도 안 하시고 친구도 없는 형님은 늘 일찍 귀가하셔서 함께 저녁을 드셨습니다.”

토지 2부1권 303쪽에서 인용 / 마로니에 북스


상의학교 교사인 송장환이 그의 형인 송영환을 보고 하는 말이다.

영환의 처는 가끔 운흥사 법회에 나가곤 했는데 그 절의 중 본연이라는 자와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송영환은 그 소문을 빌미로 밤마다 마누라를 추달하고, 욕설하고, 폭행하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주인공 오셀로는 이아고의 거짓말에 속아서, 아내인 데스데모나가 간통을 했다고 의심하고, 질투하여 결국 죽이기까지 한다. 여기에서 유래된 '오셀로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다.


송장환과 형 송영환의 대화다.

“형님은 알고 계십니다. 형수씨가 결백하다는 걸”

“그렇지만 네 형수 때문에 난 앙화가 아니냐?”

송장환의 말대로 앙화를 당한 사람은 영환의 처다. 길 가다가 기왓장이 떨어져 머리가 깨진 사람한테 왜 그 시간에 그런 장소에 가서 문제를 일으켰느냐고 화를 낸다.

해수욕장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장에 가서 돌아다녔느냐고 비난하고 돌을 던지는 꼴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 피해여성을 향한 비난이며 2차 가해다.


송장환의 입을 빌어 작가가 말하고 있다.

‘길 가다가 기왓장이 떨어져 머리를 깬 사람을 끌고 와서 매질을 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여성에게 유독 가혹한 이런 심히 부당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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