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곧 하늘이다
“그 문의원께서 언젠가 말씀하시었소. 가난한 백성들은 영신환 한 알이라도 소중하게 정성 들여서 먹고, 그 한 알의 영신환 몇 배의 정을 느끼지마는 배부른 사람들은 천하 명약도 정으로 받지는 아니한다구요. 초봄 들판에서 나물을 캐는 고사리 같은 손은 정에다 정을 돌려줄 줄 알지만 시궁창에 흰밥 쏟아 버리는 아낙은 허기 든 사람에게 식은 죽 한 그릇 베풀 줄 모른다구요.”
토지 2부2권 207쪽에서 인용/ 마로니에북스
최참판가의 주치의로 어질고 합리적이며 시대를 보는 안목이 있던 문의원이 했다는 말이다.
시궁창에 흰밥 쏟아버리는 아낙이라니...
그 한 마디로 그 여자의 인성이나 살림솜씨가 단박에 짐작이 간다.
‘밥이 곧 하늘’이라는 말이 있다.
동학의 교주 해월의 사상이며, 수많은 이 땅의 민초들의 믿음이다.
정호승 시인은 <쌀 한 톨>이라는 시에서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라고 썼다.
나는 농부의 손녀로 자랐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은 늘 쌀에 관한 것이었다. 밥을 먹는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 조그마한 살 한 톨을 얻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꾼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저녁 어스름이 되어도 들에 나간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아서 나는 할아버지를 부르러 심부름을 가곤했다.
“할배요! 할매가 얼른 저녁 잡수러 오시라케요.~ 할배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벼 이삭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인데도 하늘에 경배하듯 허리를 굽히고 당신 땅의 농작물들을 쓰다듬고 매만지는 할아버지의 실루엣을 향해서 그렇게 소리쳤었다.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살면서 한 번 씩 꺼내보곤 한다.
밥이란 정이고, 사랑이고, 감사함이다.
밥이란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고, 함께 먹는 것이고,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