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문에 들어와서?
결혼은 두 사람이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일
“아기 처지도 생각해보려무나.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따지 않겠느냐? 남의 가문에 들어와서 할 짓을 못하는 게 어디 아기 죄겠느냐? 한데도 노상 민망하고 죄스럽게 여기는 게 여자의 마음이니라.”
토지 2부2권 195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상현의 어머니 염씨가 아이가 없어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하고 있는 며느리를 생각해서, 아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장가만 들었지 객지로 떠도는 상현에게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따지 않겠느냐고 한다.
상현은 청백리 이부사댁의 후예로 평생을 방황하는 지식인이다. 아이도 없는 처 박씨를 두고 아버지 이동진을 찾기 위해 서희 일행과 함께 간도로 간 인물이다.
시어머니 염씨의 말 중에 ‘남의 가문에 들어와서’라는 표현이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여자가 결혼을 하는 것은 친정을 떠나서 시댁의 일원으로 즉 시댁 가문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시집을 간다는 것은 실제로 친정에서 호적을 파서 남편의 호적에 올라가는 일이었다.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부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여자에게 결혼을 한다는 것은 소속이 바뀌는 일이었던 것이다.
‘남의 가문에 들어와서’라는 말을 들으며 그 집안의 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요구받았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비난을 받았다.
또 소속이 바뀌어 버린 시집간 여자들에겐 ‘출가외인’이라는 굴레를 씌워서 친정과는 거리를 두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결혼을 하면서 ‘남의 가문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는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친정을 떠나 시가의 일원이 되려고 결혼하는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시부모가 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어른들이 없지 않다는데 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버지 성을 따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가치관의 차이에서 며느리와 시부모간에 갈등과 불행이 싹트게 된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일이다.
며느리를 보거나 사위를 보면 우리집에 새로 들어온 신입쯤으로 여기고 내 소속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새로운 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로서 존중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남의 가문에 들어와서...'라는 말에 여자를 묶어 두지 말자.
그 여자는 자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