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흥 있는지 없는지·····”
“맘으로 맨든 기지 저승이 있긴 어디 있겄소. 산 사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운 세상, 선영봉사는 뭐 말라 죽을, 농사꾼들한테는 골병이오.”
토지 3부3권28 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사후세계(The world after death)가 있다고 믿으시나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생(previouslife)과 후생(afterlife/next-life)을 얘기하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이다.
불교가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라고 하니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 속에는 불교적 가치관이 많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훨씬 뒤에 들어온 기독교에서는 전생의 개념은 없고 후생의 개념만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후세계로 천국과 지옥 또는 연옥을 이야기한다. 지옥에나 떨어지라는 영화 속 대사가 생각난다.
그런데 꼭 불교도이거나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전생이나 후생의 존재를 인정하는 말들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에 ‘이 생 망’이라는 것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은 다음 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우리 인간들은 왜 이렇게 후생에 대하여 집착하는 걸까?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곳, 누가 다녀온 적도 없는 그 곳을 언제나 갈망하는 이유는 뭘까?
‘이 생 망’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이번 생에 다하지 못한 어떤 일을 다음 생에서는 꼭 이루어보리라는 희망을 갖고 싶은 것일까?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을 다음 생에서 만나 나누고 싶은 소망에서 일까?
우리는 토지에 나오는 갑남을녀들처럼 사후세계를 딱히 믿지도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다음 생에 대한 바램을 이야기한다.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를 내가 죽을 때가지 지내는 우리는 사후세계를 믿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다음 생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의 발로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