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다루 살렘에서 만난
神과 사람들

by 은해


브루나이는 나에게 낯선 나라였다.

애초에 소속된 단체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일본과의 관계가 여러 가지로 좋지 않아서 여행지를 브루나이로 바꾸게 된 것이다.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는 일본보다는 ‘브루나이’라는 나라에 간다고 하는 말을 듣고 이 번 여행에 대해 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브루나이 수도인 반다르 스리 브가완(Bandar Seri Begawan)에 있는 브루나이 국제공항까지 직항이 있어서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브루나이에 가기 위해 인천에서 로열 브루나이(R B) 항공편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 있으니 색색의 히잡을 쓴 여성 승무원들이 국내에서 발행한 신문과 음료를 제공해 준다. 아, 그렇지. 브루나이는 이슬람 국가다. 그동안 북미나 남미 그리고 유럽을 여행해보았지만 이슬람 국가로 여행을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마음속에 작은 흥분이 일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기내에 비치된 이런저런 책자들을 뒤적여 보고 있는데 승무원이 식사 주문을 하라며 메뉴판을 가져왔다. 그 메뉴판에는 로열 브루나이 항공의 기내식은 할랄(Halal 아랍어로 ‘허락된 것’이라는 뜻) 규정에 맞도록 해서 제공된다고 적혀있었다. 당연히 알코올은 허용되지 않았다.


브루나이의 정식 명칭은 ‘브루나이 다루 살렘(Brunei Darussalam)’이다, ‘평화의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나라는 동남아시아 보루네오섬 북단에 위치하고 말레이시아와 붙어있는 작은 나라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인 석유 부국이며 술탄이 다스리는 절대왕정 국가다. 브루나이의 술탄은 국가원수를 뜻하며 현 국왕은 자미아스 르 하사날 볼키아인데 그의 이름을 딴 모스크가 있다.

크기는 우리나라 경기도보다도 작은데 인구가 43만 명 정도라고 한다. 브루나이가 석유 부국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부를 국가와 국왕이 가지고 있다. 그 대신 국민들에게 무상 교육과 무상의료를 비롯해 완벽한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단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완벽하게 봉사하는 나라라서 홈리스가 없다.


브루나이 왕조는 1300년대에 생겨났다. 그 후 3대 왕이 아들이 없고 딸만 있었는데 그 딸의 혼인으로 얻은 사위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적통 후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브루나이는 이슬람 국가가 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슬람교는 구약에서 이야기하는 유일신을 믿고 있으며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다만 그리스도교와 다른 점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 즉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여러 선지자들 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현존하는 종교 중 유대교, 그리스도교(로마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성공회 등) 이슬람교 등 세 종교는 모두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종교들은 서로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구약에 나오는 그 유일신 즉 같은 신을 믿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를 여행하면서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생각해보았다.

저 높은 곳, 어딘가(Somewhere Upthere)에서 이 땅을 굽어내려다보고 계실 그 신께서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러 종교를 보시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종교를 인정하고 또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종교집단 또는 교리 안에서만 바라보면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기 쉽다. 잠시 그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와 보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에서는 약 67% 정도가 이슬람교도이고 그 외 불교, 가톨릭, 개신교가 있어서 개신교회도 있고, 성당도 있어서 나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70퍼센트에 육박하는 무슬림들이 다른 종교인들을 향해서 개종을 권유하거나 강요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루에 다섯 번 정해진 시간에 모스크에 가거나, 가정의 기도실 또는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철두철미한 그들의 신앙심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 편 안쓰럽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생활에서 언제나 나눔을 실천하기를 좋아하고 죄를 짓지 않는 선한 생활을 지향한다는 무슬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늘에 계신 그 유일신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루나이에 머무는 동안 두 군데의 모스크를 방문했다. 브루나이 강가에 위치한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는 현 국왕이 자신의 아버지인 제28대 술탄을 기념하기 위해 그 이를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제29대 술탄인 현 국왕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자미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인데 29개의 황금 첨탑이 아름답다.

브루나이 강가에 있던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에 갔을 때 그 모스크 안이 궁금해서 기웃거리다가 살며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밤이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앉아서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의자가 없이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이다. 내부는 아주 밝고 환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벽면이 주로 흰색 톤으로 칠해져 있고 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문양으로 장식되어있었다. 그런 색이나 문양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들도 ‘빛’ ‘사랑’ ‘나눔’ 같은 그런 가치들을 지향하고 있지 않을까 혼자서 짐작해 본다.


브루나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워낙 작은 나라이다 보니 도착부터 돌아올 때까지 한 호텔에서 묵는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할 때는 매일 가방을 다시 싸고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일이 힘들었는데 브루나이 여행은 한 번 짐을 풀면 돌아오는 날 다시 싸면 되고 긴 거리를 이동을 할 필요가 없으니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7성급인 로열 브루나이 더 엠파이어 호텔은 처음엔 국왕이 머물고 외국의 손님들이 묵을 수 있도록 지어진 것인데 현재는 일반에게도 개방되어 누구라도 묵을 수 있다. 브루나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곳 중 하나로, 깨끗한 여행지이며 템부롱 국립공원은 수천 종의 야생동물이 원시림에 서식하는 곳으로 아시아의 허파라고 불린다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어서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렇게 청정한 자연을 가진 나라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브루나이에서는 지난해에 ‘투석사형 법’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투석사형 법’은 동성애자나 간음한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돌을 던져서 사형시킨다는 것인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런 법을 시행하겠다는 나라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지역으로의 여행이 우리의 삶에 여러 가지로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음식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거나 들음으로써 인간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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