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敬聽)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공경할 경, 들을 청, 즉,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고 써져 있다. 그렇다면 공경이란 무엇인가? 공경(恭敬). 공손할 공에 공경할 경으로 즉, 상대를 공손히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경청이란 ‘상대를 공손히 받들어 모시는 마음과 태도로 그의 말을 온 마음을 다해 듣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상담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경청’이다.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경청은 내담자의 마음을 여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올바른 경청으로 상담자는 내담자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의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담에서 경청은 상대의 말을 귀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도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피드백(feedback)해주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상담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상담의 중요한 기법으로 본다.
치료적 관계에서도 효과적인 치료자-환자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기본자세는 경청이다. 여기서 경청은 전문가로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이지 않고, 환자의 표정과 거동까지를 포함한 자기표현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치료자의 경청을 통해 환자는 자유로운 자기표현이 가능하고, 정서적 해방이 촉진되어 효과적인 치료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경청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경청의 기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첫째, 말하는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라. 적절히 시선을 마주치는 행동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질 때 보이는 행동이다. 이때 상대는 자신이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으며 안심하게 된다. 둘째, 상대를 향해 약간 기울인 자세를 취하라. 우리의 몸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마음의 태도를 반영한다. 즉 상대에게서 몸이 멀어지는 것은 상대에게 수용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몸이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은 상대를 수용하는 자신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셋째,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끔 질문을 하는데, 이때 질문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질문이 아니더라도 추임새나 짧은 호응도 괜찮다. 질문이나 짧은 호응만으로도 상대는 내가 그의 말을 경청하고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역시 안심하게 된다. 넷째, 상대가 말을 할 때 과하게 자르거나 끼어들지 마라. 이것은 대화의 주도권의 문제이다. 보통 대화를 리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황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조급하거나 성급하게 끼어들기 십상이다. 그런 이유로 상대를 조종하려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다섯째, 자기중심적인 표현을 피하라. 이 역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과 시간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상대의 마음을 놓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또한 최선을 다해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를 고려하며 그의 입장에서 대화를 하라는 의미일 터이다.
그러나 경청을 이렇게까지 깊은 의미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은 경청을 단순하게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 누군가 내 말을 듣고 그 말대로 즉시 이행할 때 ‘말을 잘 듣는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는 귀로 듣는 경청의 의미가 아니라 마음과 의지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수용하고, 의지로 결정하여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잘 듣는다’라는 표현은 음악이나 특정 소리를 콕 찝어 ‘자주 듣는다’라는 의미이다. 즉 이때 잘 듣는다는 것은 좋아하는 음악을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듣거나, 특정 음역대에 해당하는 특별한 소리가 유독 잘 들리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잘 듣는다’는 의미는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편견 없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편견이 없어야 하고, 상대에 대한 수용이 전제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것이 ’잘 듣는다’의 의미이다. 상대가 말하는 의미를 넘어서 그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듣는 것이 바로 ‘경청’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청’은 차치하고라도 ’ 듣는 것’은 잘하고 있는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내 말을 들어준다는 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나의 말을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의 8할 역시 대화 부족인 것을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잘 듣는 것부터 할 때, 최근 만연한 부부 문제, 부모와 자녀 문제, 그 외 가까운 인간관계의 갈등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렇듯 경청이 ‘잘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풍요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