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길을 나선다
(시)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바람이 길을 나선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옷들
주섬 주섬 걸쳐 입고
제멋대로 던져놓은 신들
허겁지겁 걸쳐 신고
좁디좁은 골목을
앞 못 보는 맹인처럼 부딪히며 달려
바람이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저 산을 넘어보자
평야를 달려보자
도시를 건너보자
저 바다를 어찌 건널까
걸음은 둔정이고
갓 배운 날개짓 엉성거려도
가자
바다야 가자
일천 길 그 깊은 속내 다 털어낼 수 없어도
그래도 가자
바다야 가자
내님 머무시는 저 먼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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