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이 길을 나선다

(시)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by 유니줌


바람이 길을 나선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옷들

주섬 주섬 걸쳐 입고


제멋대로 던져놓은 신들

허겁지겁 걸쳐 신고


좁디좁은 골목을

앞 못 보는 맹인처럼 부딪히며 달려


바람이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저 산을 넘어보자

평야를 달려보자

도시를 건너보자


저 바다를 어찌 건널까


걸음은 둔정이고

갓 배운 날개짓 엉성거려도


가자

바다야 가자

일천 길 그 깊은 속내 다 털어낼 수 없어도


그래도 가자

바다야 가자


내님 머무시는 저 먼 땅으로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 #바람이길을나선다_김봄 #유니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