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찾아온 손님

-어느 날 갑자기

by Sapiens


<am.6:00>



문득 찾아온 손님



집으로 걸어가는 길,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을 때 시야에 들어온 우편함통, 통 사이로 삐져나온 하얀 봉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봉투들을 집어 들었다. 봉투 겉표지에 쓰인 건강검진 통보라는 글귀를 확인하고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집안으로 들어온 나는 귀찮은 듯 봉투를 찢어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심비대, 가까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어!’


나는 결과지를 꼼꼼히 다시 읽어 내려갔다. 다른 내용은 정상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 들리는 잡음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왜 심장이 비대해졌지?’


라는 의문과 함께 네이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쁜 숨, 어지러움, 식은땀과 소화불량이 있던 터라 공황의 증상과 갱년기 증상 이러니 했다. 뇌 속은 뒤죽박죽 혼돈스러운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내과에 들릴 요량이었다. 여름이지만 조금 흐린 날씨로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치고 있었다. 그래서 걷고 있었다. 한 손에 든 가방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천천히 걸었다. 두뇌는 여러 생각으로 무게감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심장초음파를 해보리라. 이상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이 피어나고 있었다. 문득문득 찾아드는 불청객과 같은 생각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눈덩이가 되고 있었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맞이한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떠한 과보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는 불현듯 찾아드는 불행으로 맞이하거나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떠한 병이든 내게 찾아온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대접하고 보내리라. 혹시나 함께 있고 싶어 한다면 굳이 내몰지 않으리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진료 접수를 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터라 병원 로비는 한산했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칼럼을 포스팅하려고 블로그를 열었다.


“고영희님 들어오세요”


생각보다 빨리 이름이 불렸다. 서둘러 저장버튼을 닫으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심장초음파를 하기 위해 진료실을 나와 검사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이 흐른 후 다시 대기실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판독을 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다시 이름이 불리고 들어서는 진료실 안,


“어, 심장이 비대해져 있어요. 하지만 물이 차거나 혈액이 역류하지는 않아서 괜찮습니다. 고혈압인 경우 심장이 비대해지는 사인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소리가 정적을 깨며 나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다행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 잠시 머물다 인사만 나누고 가는 듯했다. 뒤돌아가는 손님을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보내본다. 병원을 나오며 떠나보낸 손님으로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또다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분명 조금 전 거리와는 다른 거리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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