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줄기의 마디를 걷고 있는 그녀는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 매일매일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하는 아침이, 차 한잔의 한가로움이, 손등에 드리워진 검버섯들의 향연들도 살아온 흔적임을 알게 된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의미를 차츰 알게 되는 세월의 흐름은 그녀를 좀 더 너그럽고 관점의 전환을 일으켜주는 지혜의 등불을 켠다.
젊은 시절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그녀를 길들이고 돋보임에 채색을 해 어우러짐을 형상화해 주었다. 이제는 서로의 조화로움을 즐긴다. 그렇게 서서히 찾아오는 노화라는 친구도 이젠 감사하다. 긴 세월은 그냥 흘러가지 않았다. 고행의 연속이라고 말하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을 만나며 내면의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인생길은 고달프지 않았다. 숱한 경험들이 그녀만의 색과 무늬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만난다. 그 만남의 순간들은 감격스럽다. 거리를 걷다가도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주변의 나무들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혼자가 아니었다. 무엇과,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한 세상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들만의 세상을 통해 나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공존의 상태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호흡하고 있었다.
이렇게 나이 듦은 삶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고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인 것 같다. 그녀는 매 순간 함께하는 것들과 호흡하며 느끼려고 한다. 서로 교감한다는 것은 상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속 세계에서 맘껏 유영을 하며 또 다른 자아와 만나는 일은 정말 황홀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이 듦은 그녀에게 육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의 시간을 맘껏 음미하며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게 그녀의 나이 듦이다. 한바탕 벌어지는 축제 속에 동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