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저절로 떠졌다.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 새벽 세 시 십분,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창밖은 뿌옇게 안개가 끼어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창문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비가 내린다. 어제는 22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였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 비가 오려고 그렇게 더웠나 보다.
매 순간 찾아드는 감정도 원인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기분 상태를 들여다보며 감정의 원인을 찾아보곤 한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 시간은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을 씻어내는 힐링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명상하는 시간을 통해 격양된 감정을 추스르며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 순간 격양되었던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린다.
하루에도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우리 감정의 색도 수없이 바뀐다. 외로웠다가 기뻤다가, 때론 슬펐다가 속상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렇게 변덕스러운 감정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기분에 따라 그날의 질이 결정된다. 그래서 변하는 감정의 색 속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안에 갇혀 허우적거리기 때문이다. 감정의 주인인 나를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주변 환경이 처한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감정이라는 녀석에게 유혹당하지 않으려면 자신과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삭인 감정들을 풀어내고 신선한 공기로 환기하려고 노력해 본다. 주위를 살펴보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들은 많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하고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오늘 새벽 시간 만나는 감정의 기운은 에너지를 발하는 순간이다. 곁에 놓아둔 따뜻한 홍삼차는 식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덕분에 마음 온도까지 올라가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일까?
사실 빗소리는 상황에 따라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아픔을 상기시키는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분을 설레게 하기도, 다운시키기도 한다.
나는 비가 내릴 때면 마음이 훨씬 차분해지곤 한다. 그 고요함은 정신을 깨우고 육체의 감각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워 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간 속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세심하게 다가와 마음속 여운으로 남는다.
이처럼 감정을 만드는 것은 수많은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주변에 나를 위한, 내가 필요한 것들을 놓아두는 편이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좋은 감정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오늘 내 감정은 부드럽고 고요하다. 그 고요함 속 유영하고 있는 나, 그 순간 오롯한 나로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