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머스켓

-완성의 시간

by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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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로 표현해보았어요~*



샤인 머스켓

-우리의 숙명


sapiens



알알이 박혀서 비좁은 공간에 매달려있다. 부모가 하나이듯 우리도 하나의 줄기에 잔가지를 피우며 태어난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해지면 꽃이 피어나고 그 꽃이 명을 다해 땅으로 떨어지는 시간이 오면 바람과 함께 흩날리며 대지 위를 꽃잎으로 물들인다. 작은 알맹이들이 몽글몽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쉴 새 없이 호흡을 하며 추운 겨울 동안 견디어 낸 친구들은 참는 시간이 아닌 몸의 병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는 시간을 갖는다. 하얀 얼음 위에서 자신을 담금질하며 지금의 작은 꽃잎과 그 자리를 메울 알맹이들을 또다시 숙명처럼 잉태한다.


무엇이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며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모든 생물들은 다른 모습을 띄는 것 같다.


작은 알맹이들은 보이지 않는 성장을 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 어느 순간 환호성이 떠질 듯이 비좁은 자신의 공간 속 빽빽하게도 들어섰다. 탐스럽게 성장한 모습은 몽글몽글 체중도 늘고 익어간다. 자신만의 완성을 위한 순간까지 때를 기다린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정성스러운 손길에 의해 시간의 노동을 견디어야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다. 상처라도 날까 봐 하얀 종이로 온 몸이 감싸 진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할 때쯤 우리의 모습은 생애 가장 멋있는 시기가 온다. 그 시기가 되면 우리의 피부는 매우 반들반들 거리고 연둣빛을 낸다. 그럼 우리는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손으로 받아내며 세상 속으로 나갈 차비를 한다.


그렇게 우리 자신의 뿌리와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리고 동료와의 포옹과 손길을 스치며 숨 막힐 듯한 비닐 속에 갇혀 세상 속으로 떠나간다. 운이 좋으면 친구들과 동승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마지막 여행이므로..., 오히려 누군가의 선택을 받고, 그들의 육체 속으로 흡수되어 그들의 감정이 행복함을 느끼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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