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빠진 아이

-너만의 색

by Sapiens

어릴 때부터 실험하기를 좋아하던 아들이었다. 너는 초등 저학년부터 내일은 실험왕 실험키트를 가지고 만들기를 즐겨했었지. 어느 날부터인가 고급 실험실을 집에 만들어 달라고 간곡하게 말하곤 했지. 얼마나 난감했는지... 못해준다고 할 수도 없고...


내일은 실험왕에서 읽은 내용들을 식기에 실험을 해본다며 소다. 세제, 등 여러 가지를 섞으며 뭔가를 만들어보는 것을 즐겨했었어. 그리곤 성공하면 엄마를 크게 부르곤 했지.


나를 부를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엄마는 놀라 달려가기도 했지... 그래서 나름 생각한 게 요리도 과학이니...

"요리는 어떠니?"

라며 회유 아닌 회유를 했었지.


그래서 너는 처음 라면 끓이기 도전을 했어. 그런데 레시피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미터 눈금 컵을 달라고 해서 난감했었어


'그거 대충 맞추면 되는데...'


하지만 너는 끝까지 정확하게 종이컵으로 용량을 체크하고 시간까지 재며 첫 라면 끓이기를 해냈지...


그날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몰랐단다.


그 이후 계란 프라이, 짜파게티 등 간단한 음식은 혼자 하더니 중학생이 되자, 점점 엄마도 즐겨하지 않는 베이킹을 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마트에 가서 베이킹 재료와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했지. 밀가루도 강력, 박력, 중력분 종류별로 필요하다고 하고, 베이킹파우더, 초코 가루 등 들어 본 적도 없는 가루들과 오일들을 사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이게 모두 필요한 건지, 사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것저것 직원에게 물으며 챙겨 넣다 보니 가격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에고 이거 사는 것보다 그냥 빵집에서 구입해 먹는 게 훨씬 났겠다.'

하면서도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실패든 성공이든 의미 있는 일이므로 난 꾸역꾸역 장바구니에 넣기 시작했지.

당시 너의 표정을 상상하면, 싱글벙글했어. 빨리 가서 만들 생각만 하고 있었지.


체력이 약한 엄마는 너를 옆에서 도와줄 수도 없었고 한 가지 제안을 했지.

'모든 것을 하고 난 후 원상복귀 해 놓을 것!!. 그동안 엄마는 주방에 가지 않는다고, 단, 불과 칼을 이용하는 것은 꼭 엄마를 부르라'라고 말이야


그렇게 베이킹은 시작되었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수록 너는 재료의 문제점과 정량에 문제가 있다며 저울과 계량 수저 등 베이킹 도구들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고 했지


막상 마트에 함께 가 보면 가격들이 결코 저렴하지 않았단다. 그 이후로 하나하나 장만하게 되었지.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더니 어느 날, 우리는 엄청난 결과를 보게 되었지. 누나가 좋아하는 초콜릿 쿠키 만들기를 멋지게 성공하고는 가족 모두 불러 설명하기 시작했어.


우리는 눈으로 보면서도 놀라웠어. 모두 박수를 쳐 주며 응원의 한마디를 돌아가며 말해 주었지.

"와~ 대박~"


그 이후로 너는 더 의기양양해진 모습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당당히 요구했지. 이젠 이 분야에서 나보다 한 수 위였으니까...


그런데 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누나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든다는 것이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지.


'부모는 난데... 내가 재료도 함께 사러 가주고 하는데 어디까지 하는지 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지.


그 이후 스콘, 호두파이, 카스텔라에 도전하고, 멋지게 성공을 하더니 이젠 식빵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며 식빵 굽는 트레이를 사야 한다는 것이야, 그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지. 나름 실용적인 것들로 구입을 하고 집으로 와서는 바로 도전을 했지.


우리는 거실에서 다 만들기를 기다리다 잠이 든 적도 있었던 것 같아.

오븐에서 끝나는 "땡"소리가 날 때마다 우리는 결과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는 온 신경이 오븐에 가 있었어.


정말 대성공이었어, 그래서 시댁 조부님 제사 때 네가 카스텔라를 만들어 올렸잖아


어느덧 어린 아들이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었다. 실험을 좋아하는 아들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는 군 입대를 한 상태이다. 지난주 휴가를 나와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아들은 집에 오면 나의 식사를 책임져 준비해 준다.


아주 유명한 셰프처럼 재료와 양념을 구입한다. 그리고 준비해두었던 잠자고 있던 여러 양념들, 사실 난 그 재료들을 사용할 줄 모른다. 더구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다.


제주로 내려오는 날이면 주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너, 엄마를 위해 먹고 싶은 것들을 물어봐주는 너, 커피도 식후 2시간 전에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며 차를 준비해주는 너. 엄마 나이에는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며 셰이크를 만들어 주는 너, 블루베리와 바나나, 딸기 등을 넣어 웰빙주스를 만들어 주는 너는 이제 나에게 건강을 챙기라 한다.

참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나는 이유는 너를 품었던 순간부터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겠지. 너와 나만의 추억 이야기 속 느껴지는 그 감정은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식이어서 참 좋다.


휴가 나온 아들이 만들어 준 음식들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준 모습에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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