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제는 구입한 고기들로 적을 만들고 채소들을 다듬으며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오늘은 친정 할머니 제사이다. 나의 왼팔이 아직 무거운 것들을 들지 못하고, 팔을 벌리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친정 오빠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이다.
항상 혼자 음식을 준비하고 오빠 집으로 가져다 드렸었다. 처음으로 오빠와 수다를 떨면서 전도 만들고, 동그랑땡도 빚었다. 한 번 설명해주고 맡겨놓으니 제법 그럴듯하게 익힌다.
옆에서 나는 채소를 삶고 무치면서 동시에 잡채에 넣을 채소들을 볶았다. 그사이 오빠는 적과 생선을 튀기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오빠는 음식을 잘했다. 친정식구여서 그런지 차분함 속에 이야기 나누며 일을 하는 모습이 정서적으로 비슷한 부분들을 느끼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즐겁게 한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후 서로에게 기억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제사 음식 준비가 어려울 것 같아 마트에서 완제품을 구입해 지낼 것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오빠는 자신이 와서 도운다면서 함께 만들자고 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었는데 오빠가 옆에서 하는 것을 보니 믿음이 갔다. 손이 많이 간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생각과 다르게 꼼꼼하고 옆에서 배려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나는
'이게 친가족의 정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도 몰랐던 자기들의 삶을 풀어놓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와 난 네 살 터울이다. 예전엔 서로 부딪히는 일들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우애가 더 돈독해지는 기분이 든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사 음식을 해 오면서 수많은 생각이 든다. 요즘의 세태를 차치하더라도 많은 음식을 하는 것이 불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오빠와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제사 음식 준비가 수고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삶의 철학을 지켜드리고 싶은 부분이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행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그렇게 제사 준비를 해왔다.
오빠와 제사 음식들을 집 앞에 내려주고는 나는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쉬다가 저녁시간에 맞춰 오빠 집으로 갈 예정이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처한 상황들이 서로 달라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효율성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듯하다.
제사를 통해 어린 시절의 조각 시간들을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하는 시간들이 되어준다.
제사는 소통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