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오프여서 어제 내려왔다. 제주의 바람과 공기를 마시고 가야 힐링이 된다는 아이, 마침 주말이어서 우린 차를 몰고 서쪽 해안도로를 향해 나갔다.
9월 가을의 제주는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인 요즘 가을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지난여름이 무척 더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창문을 내리는 것도 사람들이 드문 곳을 찾았다. 오전에는 햇볕이 짙더니 어느새 검은 물감을 풀어놓았는지 하늘과 바다색이 잿빛으로 외로워 보인다.
짙은 회색빛이 도는 고내리, 9월의 제주 바다이다.
차 안에서 고내리 포구 근처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디지털 드로잉으로 신랑 옆좌석에 앉아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이 뒷좌석에 앉아있는 딸아이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준다. 서로 아이유의 노래 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손끝은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옆좌석에 앉아 운전하던 신랑이 드라이브 나온 거 맞냐며 일침을 놓는다.
큰 얘와 함께 모든 순간을 함께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모양이다. 나는 얼른 그림을 마무리했다. 그리곤 수다에 동참했다.
딸아이가 아이유의 신곡인 라일락의 가사가 미국 하버드 학보에 실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가사 내용이 궁금했다. 친절하게 노래를 틀어주었지만, 우리는 들려주는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랑과 나는 세대차이인 건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큰아이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곡조의 노래를 틀어주었다. 그제야 서로 들린다며 노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함께 한 공간에서 공통의 소재를 통해, 또 다른 자기만의 시간여행을 즐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쌓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 시간만큼 우린 성장하고 변화되면서 존재하고 있다. 자기만의 용량만큼 받아들이고 생각하며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것을 생각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그 변화의 물결 속에 함께 올라타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