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데이트

-사랑

by Sapiens



큰 얘를 회사 앞에 내려주고 신랑과 나는 광교 롯데아웃렛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카페도 구경하고 주변을 돌다 보니 종로서적이 있었다.

잠시 머물며 책들을 훑어보았다. 오전 시간이어서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좋았다.



어반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없는 북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만의 시간을 갖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오전 시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아이들의 독립은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오누이가 서로 자신들의 인생을 잘 걸어가리라 생각되었다.


신랑과 나는 일주일이 지나면 제주로 내려갈 것이다. 이제 각자의 삶을 걸어가야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어본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결혼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참 많은 시간을 함께 걸어오면서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의 순간들은 나침반처럼 자신을 테스트하는 시간이 되어준 것을 안다.


우리는 함께 하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좀 더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를 바라보려 한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의 모습을 잘 바라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로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주변 관계들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이제 마지막 한 가지인 나에게 주어진 중년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메멘토 모리!!

마지막 순간이 오면 기쁘게, 그리고 감사하며, 맞이하고 싶다. 허락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사실,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매 순간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일상이 나를 그렇게 채워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신랑과 함께 마주한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 서로의 늙어가는 모습이 값지게 보인다. 삶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거친 피부와 패인 주름 길들이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랑이란,

침묵 속에 흐르는

넘치는 간절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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