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제주가 참 좋다. 제주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젊은 시절 잠시 서울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고향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제주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에 고심하는 시간을 보냈었다. 입시철이 되면 누구나 웬만하면 제주도를 벗어나는 게 불문율과도 같았다.
섬이라는 한계성에서 오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육지라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선망이었을까? 그 시절 누구는 제주를 벗어나는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제주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은 사뭇 다르다. 제주에 살고 우리는 제주다운 것들이 너무 흔한 것들이어서 그 가치를 잊고 지냈을까? 수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가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한 그들의 다른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제주의 사람으로서 어릴 때부터 제주가 참 좋았다. 기질적인 이유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건, 사실 누군가 무엇을 좋아해 주는 일은 감사한 일이다.
어떤 일이건 반대급부는 존재한다. 제주가 좋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민의 삶의 질이 나빠지고 오염과 쓰레기들의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의 원인이 우리 제주를 찾는 사람들만의 몫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상으로 제국에 의해 지배당하거나 지배하는 양상의 치열한 삶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지배당하고 식민지화되는 과정에는 항상 국민들의, 지역 주민들의 무지와 무관심이 존재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민으로서 도정과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잘못된 정책에 의견을 제시해본 적이 있었을까? 좀 더 효율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요구해본 적이 있었는가? 자문해본다.
그렇다. 기득권들의 세상이라고 외치며 불평만 쏟아내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요구하고 바꾸려고 노력할 때 지역사회는 좀 더 나은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원래 정치하는 인간(호모 폴리티쿠스)이다. 정치란 정치인만의 행위가 아닌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정치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의 명제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자본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불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없는 한 제주는 자본주의 사이클에 의해 삼켜버릴지도 모르겠다.
나의 고향 제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파괴되고 썩어가고 있는 제주의 참모습에 제주를 찾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