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변

-우리의 자화상

by Sapiens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잖아 보이는 지성인들이다. 하지만

가면을 벗고 실제의 모습이 드러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내 안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은 가면을 벗어던진다. 그리고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며 자아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어떨 때는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내 공간을 잠시 내어주고도 그들은 주인 행세를 스스로 자처한다.

자신은 고결하고 정직하다고 행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착각에 빠져있다. 그리고 자신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매일 그들이 버리고 배출한 것들을 정리하고 소화시키며 치장을 한다. 그들이 내 공간 안으로 들어올 때면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다가 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이 없다. 내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무지함은 만천하에 드러낸다. 그러나 그들은 어리석게도 타인의 무질서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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