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엄마

-하늘이의 이야기

by Sapiens

내 이름은 하늘이다. 하늘이라는 이름은 태명이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아빠, 엄 마가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까. 하늘이란 이름은 엄마가 하늘처럼 맑고 높은 꿈을 가진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으셨다고 한다.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참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항상 내가 잠을 자려고 할 때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아, 엄마 말 들리니?”

우리 하늘이 잘 지내고 있지? 엄마 말 들리면 엄마 오른쪽 배를 한 번만 차 줄래?”

어휴~ 또 엄마의 발차기 요청이군

난 오른쪽 발로 엄마의 오른쪽 배를 향해 차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 우리 하늘이 잘 지내고 있구나!”

하하 호호웃으면서 혼자서 호들갑을 떠신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너무도 비장한 목소리로 엄마는

하늘아, 엄마 말 잘 들어~”

좀 있다가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실 거야. 그러면 엄마가 아빠에게 화를 낼 거거든. 그러니까 우리 하늘이는 절대 놀래면 안 돼! 알았지?”

신신당부를 하신다.

시간이 흐르고 아빠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우린 이층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고 엄마가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빠의 발자국 소리는 엄청 울려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음, 아빠의 몸무게가 100kg이 넘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빠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셨다.

우리 하늘이 오늘 잘 지냈어요?”

아빠는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리면서 나를 향해 웃어주고 쓰다듬어주면서 이야기하느라 엄마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왜 엄마가 좀 전에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뭔가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는지 아빠가 갑자기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마루로 나가셨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변하면서 들리기 시작한다. 마루로 도망치듯 나가는 아빠에게 엄마가 뭐라 뭐라 하시는데 아빠는 한마디 대구도 하지 않으신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면, 아빠가 따라서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빠는 엄마한테 두 손으로 싹싹 비는 게 아닌가. 정말 사나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훈계를 한참을 하고는 아빠한테 욕실로 가서 씻으라고 하신다. 아빠는 엄마 말에 복종하듯 욕실로 들어가셨다.

이윽고 엄마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는 아빠에게 욕실 문을 닫으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한다.

엄마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서 침대 위에 앉고서는 배를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나에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하신다.

우리 하늘이 많이 놀랐니? 아무 일도 아니란다. 너의 아빠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다음부터는 하지 말라고 혼내준 거란다. 우리 하늘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괜찮아요. 우쭈쭈.”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헉 어떻게 화를 내다 저렇게 웃음을 지을 수 있지?’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사실 난 아빠가 더 걱정되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목소리에 힘을 주고 빠르게 불라불라 말하면서 아빠에게 하나하나 따지면 완전 게임아웃이다. 아빠는 엄마와의 다툼에선 언제나 완패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무척 자상하신 분이신데 아빠한테 화를 내실 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 보면 참 무서운 것 같으니 말이다.

이다음에 엄마 아빠를 만나러 세상에 나갔을 때 나한테도 무섭게 화를 내면 어쩌지?’

아니야 엄만 한 번도 나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어. 그러니 나한테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어휴, 모르겠다. 세상에 나가보면 알겠지. 인생 뭐 있겠어.’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머리 아파 죽겠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의 알다가도 모를 이야기들을 들으며 열 달을 채우면서 나는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머리 방향을 180도 틀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입구 쪽으로 회전해야 하는 데 이상하게도 내 머리가 돌지 않는 것이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우리 엄마에게 이 시기까지 돌지 않는 아기는 더이상 머리가 안 돌아온다며 운동한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어느 날 엄마는 조산소라는 곳을 수소문하더니 그곳으로 찾아가서 내 머리가 입구 쪽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체조를 배우고 오셨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매일 집에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말 헛수고였다. 만삭에 가까운 배를 들어 올려 힘들게 끙끙대면 운동하던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의사 선생님 말씀이 딱 들어 맞아버렸다.

사실 난 움직일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가만히 양수 위에 있으면 너무도 편안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비밀이다.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르고 게으른 나에게 한 번도 짜증 내거나, 아빠한테 하는 것처럼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나를 걱정하기까지 하셨다. 그러면서도 난 엄마 뱃속에서 생각했다.

엄마의 진짜 모습이 뭘까? 혹시 이중인격은 아니겠지?’

혼자 여러 상상을 해 보았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빠와 나를 다르게 대하는 이유를 말이다.

나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결국 엄마의 배를 가르고 세상에 나와야 했다. 사실 세상으로 나오는 입구를 통해 스스로 나오는 것이나, 엄마의 배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나, 그 모든 일이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나에겐 정말 커다란 모험이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렇게 나는 1997년 무더운 여름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내가 본 세상의 첫 장면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여러 낯선 사람들이 푸른색 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찐빵같이 생긴 파란색 비닐 모자를 눌러 쓰고 있고 입은 푸른색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마치 파란 강도처럼 말이다. 무슨 공장도 아니고 똑같은 옷들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나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돌리고, 온몸을 하얀 천으로 닦아내고 입안에는 이상한 고무를 넣고 펌프를 한다. 난 정신을 차리기는 커녕 너무 무서웠다. 이러한 행위들을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많은 사람이 나를 가지고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하여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처음 접한 세상이라는 곳은 정말 시끄럽고, 복잡하고, 너무 무서웠다.

하늘아, 하늘아,”

불러주던 엄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그러는 생각도 잠시 내 몸은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면서 커다란 가위로 엄마와 나를 연결하고 있는 긴 줄을 뭉뚱하게 생긴 장갑을 낀 누군가의 손에 잘려 나갔다. 그 자리에는 차가운 플라스틱에 끼워졌다. 그러더니 내 엉덩이를 누런 장갑을 낀 손으로 찰싹 때리질 않나 참, 너무 놀란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던 차에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엄청난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순식간에 나의 몸은 하얀 천 조각에 칭칭 감겼고 누군가의 가슴팍에 안겨 그 공장 같은 곳에서 나와 어디론가 데리고 나갔다.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곳에서 잠시 아빠라는 분을 처음 본 것 같다. 아빠라고 추측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식사 때마다 엄마가 아빠한테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잔소리를 하였기 때문에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체격이 큰 남자가 우리 아빠라는 직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보며 그 커다란 몸을 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사실 웃기기도 했지만 정말 감동이었다.

그런데 아빠의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공장 같은 그곳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약을 올리는 것인지 좀 화가 나기도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아무튼 나도 모르겠는데 기다리다가 모든 걸 체념한 채로 잠이 든 것 같다. 시간이 꽤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는 나는 공장과 같은 곳이 아닌 병실로 와서 누워 있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내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나의 엄마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하늘아! 하늘아!”

우리 하늘이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하는 말에


! 우리 엄마구나!’

,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배 속에 있었을 때와 똑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믿기 힘들겠지만 내 심장이 평온하게 안정을 되찾는 거야. 참 신기하게도 엄마의 향기에 취해서 엄마 품에 안겨 또다시 스르륵 잠이 들었지 뭐야.

아이 포근해. 우리 엄마가 확실해.’

사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세상, 엄마가 이야기해 주셨다. 그 곳은 병원이라고, 병원은 너무나 시끄럽고 복잡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엄마와 내가 퇴원을 하고 단둘이 집으로 돌아와 지낼 때가 정말 평온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내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들려줄게. 내가 생각했던 아빠 엄마의 모습은 정반대였다는 사실이야. 우리 아빠는 몸무게가 무려 100킬로그램이 넘었지만, 외할머니 말씀처럼 듬직하고 골격이 커서인지 그다지 뚱뚱해 보이진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엄마는 정말 반전이야, 실제 큰 키는 아니지만, 하체가 길어서 키가 훨씬 커 보였고, 긴 웨이브를 하고 있어서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어. , 진정 저런 여리여리한 모습에서 화를 낸단 말인가? 아이러니했지만, 여성스럽고 정말 예쁜 나의 이상형 얼굴이랄까, 사실 누가 자신의 엄마가 예쁘게 생긴 걸 싫어하는 아이는 있겠어. 참고로 난 여자아이야. 헤헤~

우리 엄마 아빠를 보며 나는 마치 미녀와 야수를 보는 듯했지. 어떻게 만날 아빠는 그렇게 큰 덩치를 하고는 왜소한 엄마에게 혼나고 두 손으로 빌며 쩔쩔매는 모습이었을까? 참 이해할 수가 없었지.

사랑하면 그럴 수 있는 걸까? 아빠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건가?’

그래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여전히 아빠가 술을 먹고 오는 날은 어김없이 엄마한테 혼쭐이 난다. 그러면 또다시 그 카리스마 넘치는 겉모습과는 달리

한 번만 봐주라~. 여보.”

애원하며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또다시 용서를 빌겠지. 파리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두 손을 싹싹 빌던데 마치 그 모습과 흡사해. 정말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엄마는 종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요일별로 두부, 계란, 야채, 소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들을 사용해서 이유식을 만들어서 먹여주시지. 점심을 먹고 나면 엄마는 항상 나를 안고는 트림할 때까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신다. 트림을 하고 나면 엄마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는 여러 목소리로 연극을 하듯이 동화책도 읽어 주곤 하지.

사실 실감 나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들을 만해. 그리고 내가 졸려서 잠을 잘 때면 CD까지 틀어주는 센스까지. 이루마,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 등의 CD가 항상 내 머리맡에 준비되어 있어. 정말 나에 대한 정성이 끔찍하지. 세상에 이런 천사는 없을 거야. 하지만 그러다가도 아빠한테 화낼 때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정반대의 모습이라는 게 나로서는 미스테리다.

평일에는 아빠가 출근하면 나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다가도 주말이 되면 우리 가족은 나의 기저귀와 식량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가거나 운이 좋아 햇살이 따스한 날이면 나들이도 간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를 자신의 배 앞에 멜빵으로 태운다. 그 연약한 몸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아빠는 뚱뚱해서 멜빵이 작아 멜 수가 없다고 한다. 에휴~ !

오늘 아침은 내가 컨디션이 꽝이다. 온몸이 뜨거워지고 있다. 몸이 나른하다. 그런데 엄마는 참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다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하늘아 왜 그래? 어디 아파?”

물으시더니 내 이마에 손을 얹어 보고는 나를 둘쳐 업고 병원으로 갈 채비를 하신다. 우리 집에는 아직 차가 없어서 엄마는 접종이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항상 택시를 이용하신다. 내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그러시는 것이다.

사실 내가 보기에 아빠가 잘하는 일 중 하나는 엄마가 혼자 힘들까 봐 병원에 갈 때마다 항상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오신다는 사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가 집으로 달려와서 함께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하자 선생님께서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었고 나는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품은 참 푹신하다. 집에 도착하고 엄마는

하늘아, 주사 맞았으니까 괜찮아질 거야.”

하시면서 나를 침대 앞에 기대어 앉혔다. 엄마는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갔다. 아빠는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주시고는 다시 사무실로 서둘러 출근을 한 후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방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져 있는 내 모습을 본 엄마는 허겁지겁 나를 끌어안으며

하늘아~하늘아~”

부르더니 거실장 서랍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달려왔다. 바늘쌈지였다. 바늘쌈지에서 커다란 바늘을 꺼내고는 머리에 쓱쓱 두 번 문지르고 내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찌르는 것이 아닌가? 헉 너무 무서웠지만, 시야가 흐리고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꼼짝하지 않자 엄마는 헐레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찾았다. 항상 수퍼우먼 같던 엄마의 이런 당황하시는 모습은 이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허겁지겁 여러 번 수화기를 누르시는 것 같았고 안절부절하면서도 침착하려고 애쓰는 둣 했다.

여 여보세요~ 119? 저의 애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데, 눈에 초점이 없고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빨리 와 주세요.”

! 수선화 아파트 103604호예요. 제발 빨리 와 주세요.”

엄마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엄마는 계속 나의 몸을 주무르면서

하늘아? 하늘아?”

애타게 부르셨다. 내 눈에는 희미하게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서서히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땐 나의 의식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도착한 구급대원은 나의 윗옷을 모두 벗기고는 나를 들쳐 안으며

어머님, 그래도 모르니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하시며 진료를 권하셨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 엄마가 보호자로 같이 구급차에 오르는 사이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아빠가 어느새 연락을 받고 달려와 구급차에 동행할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정말 우리 아빠는 엄청 빠르다. 원숭이띠여서 그런가?

엄마는 제주의료원으로 가자고 했다. 제주의료원은 제주에서 가장 큰 병원이기때문이다. 우리는 요란한 삐요~삐요~’ 소리를 들으며 제주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는지 우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시골에서 살고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본 엄마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아빠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구급대원 언니 품에 안겨있던 나는 의사 선생님께 전달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셨다.

어머님, 많이 놀라셨지요? 어머님께서 진정하셔야 되겠는데요. 걱정안하셔도 될 겁니다. 열이 높아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열 경기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엄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맺힌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야인 무사 울엄샤(제주방언:이 아이는 왜 우느냐?)”

매몰찬 목소리로 핀잔을 주셨다. 그 소리에 엄마는 화장실로 가셨고 한 참 후에야 나오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엄마한테 또 혼났다. 그 와중에 시골 할머니한테까지 전화해서 달려오게 했다며.

나중에 집으로 돌아온 후 들은 얘기지만 엄마는 내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는 안도감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하셨다.

사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직접 아빠와 엄마를 보니 엄마가 아빠를 혼낼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에 운동도 안 하고 밥은 엄청 많이 먹고 회식할 때마다 엄마에게 혼나고, 그리고는 두 손으로 빌면서 사정하고 쯧쯧, 나보다 어린 사고뭉치 우리 아빠! 오늘도 시골 할머니에게 연락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도 했을까?

엄마는 혼자 말을 하신다.

부모님 걱정하실 것은 생각도 못하는 철부지 아빠라고.’

나는 우리 엄마가 무서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천사 엄마라는 사실도.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빤 나보다 아주 철이 더 없다는 것도 말이다.

우리 엄마는 이중인격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착한 천사 엄마였다.

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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