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침대 위에 엎드려 한 손은 머리를 괴고 한 손은 나의 손등을 만지며 바라보고 있다. 마치 이상한 물체를 만지듯이 문지르고는
“엄마, 이거 뭐야?”
“응, 검버섯”
아들은 처음 듣는 말에
“이거 없앨 수 없어요?”
라고 되묻는다.
“왜? 보기 싫어?. 내가 살아온 증거인데.”
“우리 엄마 다 늙었네.”
나는 피식 웃는다. 아이의 눈에 비친 나의 손등의 주름과 거무스름한 피부가 눈에 거슬렸나 보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늙어간다. 늙어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이고 노화되어 행동이 더디어지는 것이다. 비록 육체는 작아지고 노쇠해지지만, 그만큼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추는 멈추지 않는다. 그 추 위에서 흔들리며 개인마다 수많은 고비를 견디며 살아내는 것이다. 가끔은 태풍 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때론 어느 날 갑자시 찾아든 포근한 햇살에 웃음 지며 환하게 웃어 보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이라는 길을 걸어가며 배워가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시간을 살아가듯 세월을 먹는 것과 같다. 세월을 소비하며 우리는 정신의 근육이 탄탄해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허물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나이가 먹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것 또한 필요하다. 나약함은 정신에서 오는 것이다.
현재의 나의 모습은 내가 살아온 결과물이다. 그 살아온 흔적을 지우개로 지우듯 과거를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의 모습을 인정할 때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인정되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고 현재는 미래의 나를 만든다, 그러니 현재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주어진 삶에 충실하자.
햇살이 창을 통해 비추는 어느 날, 흔들의자에 앉아 책상 위 작은 식물을 바라본다. 저 작은 식물도 살아있어 매일 숨을 쉬며 나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 흘러가는 시간의 추 위에서 속삭인다. 늙어감과 나이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