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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원하는 삶

by Sapiens


학창 시절 과제에 치이며 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인생의 절반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숙제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만 다를 뿐 그 나이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더욱 실감 나게 전투적으로 해야만 했던 나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이 버거웠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해야만 했던 일과 속에서 양육을 난 숙제처럼 해냈던 것 같다. 그러니 그 시절을 즐기지 못하고 내 정신은 피폐해졌다. 하지만 지나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연극 아닌 연극을 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젊은 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내게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은 참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는 성향도 못되었다. 그러다 보니 즐거움은커녕, 해야 할 일들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리는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철학이 있었으니, 아이들은 내가 키우고 양육하겠다는 것이 강했었다. 그래서 직장도 아이들의 성장 시기에 따라 달라졌다. 아이들의 성장 시기는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나는 그 외의 다른 일들은 차선책으로 미루어놓았다. 나의 취미생활 또한 간간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면서 항상 양육서와 자기 개발서는 챙겨 읽으며 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시절 책은 나의 친구이고 대화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책과 동행하며 작은 변화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갔다. 아이들도, 나도, 그렇게 서서히 성장이라는 그릇 속에서 나름의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날 나는 선언을 했다. 이제부터 각자의 인생을 맘껏 살아보자고. 서로 간섭하지 말고 사회가 만든 성공을 좇지도 말고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자고,


이제는 성인이 된 두 자녀를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살피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나의 손길을 떠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태풍 속에서 헤매고 매몰되기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야생의 풀꽃처럼 치이면서도 일어서는 끈기를 배우길 바라본다. 이제는 바라볼 뿐이다. 나의 과제는 끝났으므로.


이제 오십의 중반을 걸어가는 나에게 말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롯한 너의 삶을 살아보라고, 지금 나는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실행해가고 있는 중이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들을 경험해보려 한다. 내려놓으니 다가가기도 쉽다.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일단 부딪히게 된다. 인연이면 만남으로 이어지고, 아직 인연이 아니면 스쳐 지나갈 것이므로,


인생의 화양연화는 젊은 시절만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나에게는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백세 시대에 50은 정오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니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라는 생각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나의 길 위에서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찾고 즐기며 살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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