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언제나 봄날, 당신은...
그날, 세상에 나와 작은 몸집으로 내 품에 안기던 그 순간. 난, 눈물을 머금으며 너에게 속삭였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구나!’
가슴을 풀어 젖을 물리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은 흘러내렸지, 그럼에도 힘차게 빨며 호흡을 하는 네 모습이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해 주었지.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 너는 나에게 그렇게 왔단다.
열 달 동안 너를 품고 있으면서 아픈 날들을 보내고, 혼돈의 시간 속에서 너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사실 나에겐 버거운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네가 있어 지금의 행복한 시간이 주어진 것 같다.
너는 언제나 봄날이었지. 세상에 나와 건강하게 자라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았지, 친구들 틈에서 어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학교에 찾아가는 날은 소심한 엄마에게 선물과 같은 시간을 선사해 준 너,
너는 나와는 다르게 할 말도 다하고 때론 투정을 부리곤 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네가 부러웠단다. 함께 영화를 보고, 시청 당구장에서 당구를 배워주었던 너는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였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 너, 그 덕에 경제적 사정은 덕을 보았지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단다. 고3시절 우리는 코인 노래방을 일주일에 한 번은 간 것 같아. 네가 부르는 노래들이 내 마음에 와 감정들을 건드리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음치인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며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너를 볼 수 있었지.
맘껏 세상을 유영하며 살아가는 네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멋지게 군생활을 마치고 공항에서, 집 앞에서 경례를 하는 늠름한 모습은 참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더라. 그러고 보면 네가 있어 참 행복했다. 미안할 정도로,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항상 든든하게 우리 곁에 존재했지.
물고기가 바닷속을 유영하듯, 세상을 헤엄쳐나가길 바란다. 때론 허들을 넘기며 때론 행복감에 젖어 눈물을 흘려 보다 보면 단단한 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찾아온단다.
나의 육체를 통해 세상에 나온 너에게 감사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선사해 준 너는 나에게 스승이란다. 보잘것없는 나를 어른으로 이끌어준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별이란다. 적어도 나에겐 눈이 부셔 바라보기 힘들 만큼 반짝인단다. 그러니 맘껏 살아가길 바란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임을, 너를 어른으로 이끌어주는 곳임을, 스스로 온몸으로 겪으며 알아가길 바란다.
그 시간 속에 많은 아픔과 좌절이 함께 하겠지만 그 통증들이 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상처들이 되어줄 테니까. 상처가 아물고 단단한 딱지가 생기는 어느 날, 알게 된단다. 우리는 항상 봄날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