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보인다. 작은 손으로 긴 바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은빛 바늘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있다. 그 시절 유행이었던 나팔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손질을 하고 있다. 옅은 보라색 바지의 품을 줄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손질을 하는 나, 그러고보니 그때부터 나에겐 손재주가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던 나의 재능이었다.
세상에 누구나 재능 하나쯤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나는 그 재능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아 대학 진학 때도 성적에 맞춰 그냥 누구나 가야 하는 길처럼 선택하는 길을 걸어왔다.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고 함께 마트에 가면 나의 눈은 신기하게 살아 움직였다. 특히 소품이나 인테리어, 의류 디자인에 눈길이 많이 갔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이 쇼핑을 즐기곤 했다. 아이들이 성장을 하고 알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 하나는 감각이라는 것, 디자인의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인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사회가 만든 성공을 좇아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감정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경험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고보면 나도 늦은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우리가 얼마나 자신으로 살고 있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방증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나의 재능 중 하나인 디자인감각에 대해 즐기는 편이다. 생활에서 맘껏 표현하며 나를 나타낼 수 있다. 소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행복감이 찾아온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 또한 많지 않지만 우린 매일 열심히 무언가를 좇으며 달려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한 번 쯤은 냉철한 고찰이 필요함을 느낀다. 행복함이 없는 돌진은 불행을 좇는 허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것들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 순간 순간에 우리의 삶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꿈이 되길 바라본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본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는 우리나라가 되길 바라본다. 작지만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한국인이 되길 바라본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충만한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길 바라본다. 그것이 신이 누구에게나 재능이라는 것을 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