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예정되지 않는 시간을, 공간을 누릴 때가 있다. 어제도 뜻밖의 일정이 찾아왔다. 마치 인생이란 한 치앞도 모른 것처럼 말이다.
친정 언니의 전화는 딸아이와 함께 계획된 장소로 가던 우리를 운전대를 돌리고 언니집으로 향하게 했다. 언니와 함께 언니의 집 근처 카페에 가기로 한 것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어찌어찌 길을 안내하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찾아간 카페는 옛집의 운치를 최대한 살린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셋이서 마주하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나를 환기시킨다. 돌담이 주는, 옛집이 주는 편안함이다.
나는 새로운 카페를 좋아한다. 그러다 마음이 편안한 장소는 자주 찾는 편이다. 어떤 날은 카페에서 하루 종일 글도 쓰고 책도 읽기도 한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나에게 특별한 선물이 된다. 누구나 커피를 즐기는 요즘 원두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원두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에게 선택권이 부여된다. 그만큼 취향을 존중해 주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은 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불소시개 역할을 해 준다. 잠자던 다양한 감정들을 소환시켜 주는 매체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나면 나는 의식을 치르듯 냅킨과 물을 챙긴다. 그리곤 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정리한다. 이윽고 나온 아메리카노를 마주하면 코 점막을 흥분시키는 원두의 향을 즐긴다. 그리곤 풍부한 크레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입을 축인다. 그때의 행복감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메리카노만이 나에게 선사해 주는 작지만 큰 호사를 누리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그리곤 한 모금을 마시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향을 느껴본다. 그 순간 나는 에너지가 생성되며 활력을 되찾는다.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더욱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홀로 있어서 혼자가 아닌 그들과 호흡하며 친근한 안정감을 되찾는다. 그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자아를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하며 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의 세상과 교감을 하며 행복의 순간 속에 머문다.
카페라는 공간은 나를 만나는 공간이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자신과 마주하는 장소가 되어 다양한 감정들을 소환시키며 삶의 활력을 생성하는 곳이다. 내가 카페를 자주 찾는 이유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기고, 음악의 선율 속에는 내 마음의 감정들이 실린다. 그들도 나와 교감을 하며 새로운 자신들로 재탄생되어 그 순간의 나와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