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오늘도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by Sapiens

만남

-오늘도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아침이 밝았다. 나는 초록잎 위에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숲 속에 태어난 나는 청아한 새들의 잠에서 깬 재잘거리는 아우성으로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눈을 뜬 나는 움직이고 있다. 어딘지 모른 채 어딘가로 향해 네 발로 걸어가고 있다. 그 발걸음에 누구를 만나든 나에겐 모험이고 세상을 탐구하는 대상이 된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허공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은 나의 기분을 들뜨게 해 준다. 오늘은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조금씩 조금씩 세상밖으로 걸어 나가본다. 그렇게 오늘도 다양한 것들과의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땅을, 풀잎을, 가지들 위를, 때론 나무껍질 위를 기어 다니는 나는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나무틈 사이로 비추는 햇살의 포근함을, 나뭇잎에 맺힌 이슬을 온몸으로 만나기도 한다. 축축한 대지를 걸을 때는 온몸에 흙이 묻기도 하지만 길을 가다 보면 어느새 몸에 묻은 다양한 벌레나 흙들은 떨어져 나가 헤어지기도 한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았는데 평평했던 나뭇잎 위에서 외나무다리를 만난다. 몸을 움츠리고 조심히 건너간다. 가다 보면 둥근기둥을 만나 안심의 호흡으로 조금 쉬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숨을 돌리다 보면 향긋한 꽃향기가 작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한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펼치는 향기에 잠시 취하가 기도 한다.



소나기를 피하듯 계절에 따라 다가오는 향도 다르다. 매일 만나는 다양한 것들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매일 자신들의 몫을 대지 위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또한 그렇게 숙명처럼 오늘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만나고 시간을 소비한다. 그 만남은 인연이 되어 서로 맞닿아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때론 무의미하게 스쳐가거나 때론 알아차리지 못한 채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서로 짓밟고 지날 때도 있다. 누군가는 상처로, 누군가는 가해자로 남긴 채 타인의 가슴속에 아픔과 상처로 남게 된다. 우리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관계라는 건 타인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게 되는 것 같다.



매일 이루어지는 관계 속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을까? 혹시 나의 입장만을 요구하고 타인의 입장을 터부시 하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촉각을 세워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매일 땅 위를, 나무 위를, 또는 어딘가의 위에서 걸어 다니는 나는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그들의 존재가 나의 작은 세상임을. 그들의 태어남은 나의 삶으로 연결되어 서로 공존하고 있음을.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숙연해지면서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존재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난 새로운 날이 찾아와 나의 앞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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